우크라 “러 영토 1000㎢ 점령” 파죽지세… 전세 뒤집나

본토 진격 7일째… 서울면적의 1.7배
“추가 병력·무기 동원 여부가 관건”
“러, 나토 갈등 대비 유럽 핵타격 훈련”
FT 보도… 잠재적 표적 한국도 포함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진격 일주일째에 1000㎢에 달하는 영토를 점령하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깜짝 성과’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세를 뒤집는 계기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12일(현지시간)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화상회의에서 “러시아 남동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1000㎢의 영토에 달하는 24개 정착촌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처음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로 진격한 지 6일 만에 서울 면적(605㎢)의 1.65배에 달하는 영토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국경 근처 수미 지역에서 T-72 전차를 운용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파죽지세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주지사 대행은 같은 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적이 12㎞를 진격해 40㎞ 폭의 전선을 형성했고, 28개 마을을 장악했다”며 “우리에게는 명확한 전선이 없고 적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복잡하다”고 보고했다.

우크라이나는 기세를 이어가 현재 러시아에 유리한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우크라이나가 밀리는 동부전선의 러시아 병력을 쿠르스크로 분산시켜 주요 전선의 열세를 극복하고, 평화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적 열세가 뚜렷한 우크라이나군이 목표 달성 때까지 승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프란츠 스테판 가디는 워싱턴포스트(WP)에 “쿠르스크 작전엔 상당한 보병 인력이 필요한데, 동부전선 방어 병력도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이 추가 병력과 무기를 얼마나 동원할 수 있는지에 작전의 지속 여부가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해 무기를 지원하는 유럽에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을 승인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서방의 장거리 미사일이 공격에 사용되면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충돌로 확전할 위험이 커진다. 13일 러시아 해군이 나토와의 전면전에 대비해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로 유럽을 공격하는 훈련을 해왔다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도 나왔다.

FT가 입수한 2008∼2014년 작성된 러시아 해군의 기밀 훈련지도에는 유럽 전역의 나토 군사 시설 및 핵심 기반 시설 32곳이 표기돼 있다. 이는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충돌할 경우 유럽 전역이 러시아 전술 핵무기의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의미라고 FT는 분석했다.

해당 지도에 표시된 ‘잠재적 목표물’에는 한국도 포함됐다. 북한도 2곳, 중국과 일본도 여러 곳이 지목됐다. FT는 러시아가 중국, 북한, 이란과 같은 동맹국과의 전쟁 시나리오도 상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나토가 충돌할 경우 최우선 군사 목표는 ‘적의 군사·경제적 잠재력을 약화하는 것’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공격을 시도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민간인 거주지와 주요 기반 시설을 목표물로 삼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지안 기자 ea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