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더 이상 못 버텨…행위별 수가제 보완 시급"

백영미 기자 2024. 8. 1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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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 개최
"소신진료 제도적 한계로 가로막혀"
"의료행위별 가격 높낮이 조정해야"
"국민 의료 이용 행태 개선도 필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우병준 서울대병원 사직전공의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8.13. ks@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빠르게 고갈되고 필수·지역 의료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 행위별 수가제(의료행위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 보완과 '빅5 병원 쏠림 현상' 등 국민의 의료 이용 행태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병준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사직 전공의는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융합관 양윤선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에서 "동기인 아내는 흉부외과에서 수련하다가 사직해 기피과 문제, 불공정 보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강하게 느꼈다"면서 "소신 진료가 제도적 한계로 인해 가로 막히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실에 많이 절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행위별 수가제는 각 의료행위에 대한 정교하고 정확한 산출 근거가 마련돼야 하고 정기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면서 "응급·중증의료에 있어서 위급한 치료가 제공되려면 많은 인적·물적 자원이 대기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행위별 수가제를 극복할 수 없고 기피과 문제의 씨앗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과 의원, 약국 등 유형별로 협상해 매년 결정하는 '환산지수'에 의료행위별 업무량과 위험도 등을 고려해 의료행위 가치를 매기는 ‘상대가치 점수’를 곱하고 각종 가산율을 반영해 책정된다.

우 사직 전공의는 "특히 전 국민 건강보험체계와 행위별 수가 시스템 하에선 의료비 폭증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특히 법적 리스크에 따른 방어 진료 문제와 실손보험과 관련된 도덕적 해이를 선결 과제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또 "국민적 합의를 통해 건강하고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 체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주는 수가가 인상되면 환자가 내는 진료비도 오르게 되는 만큼 건강보험료 인상의 예측 가능성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현재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은 8%인데 16%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의료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건강보험료율 상한선이 예측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소비자가 얼마나 수용 가능할 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건강보험료율 상향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급증으로 건강 보험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겠다는 취지다. 건강보험료는 관련 법에 따라 월급이나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법 개정을 통해 10~11% 정도까지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분야별로 행위별 수가제의 기본이 되는 상대가치 점수가 들쭉날쭉해 분포의 문제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대가치 점수란 '의료 행위별 가격'으로 수술과 입원, 처치는 저평가된 반면 영상·검사 분야는 고평가 돼 있는데,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오주환(왼쪽) 서울대의대 의학과 교수가 1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현장이 말하다 '의료수가와 보상체계'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08.13. ks@newsis.com

지영건 차의과학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상대가치 점수는 만 개 정도에 달하는 의료행위별 가격을 매기는 것으로 총점이 고정돼 있기 때문에 어느 분야의 점수를 올리려면 다른 분야 점수를 깎아야 하는 게 핵심"이라면서 "각 진료과를 넘나드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 추가 점수를 주면 필수의료에 배정하겠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지만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잘 먹히지 않고 있다"면서 "의료비 상한을 1~2% 더 올릴 수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의료 행위별 가격)분포에 문제가 있어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지 교수는 "짜장면 원가를 계산할 때 원료 뿐 아니라 임대료, 주방장 임금 등이 반영되는데, 해당 식당에서 하루에 짜장면 몇 그릇이 팔리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상대가치 점수 산출은 이를 반영하지 않고 의료행위별 업무량, 진료비용, 위험도를 고려하기 때문에 지방 의료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 고려대보건대학원 연구 교수도 "필수의료 공백이 누적돼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수가 보상체계의 경우 우선 의료행위별 가격의 높낮이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령 마취통증의학과 내 마취과, 산부인과 내 산과 등에 대한 보상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 "행위별 수가제를 도입한 네덜란드는 의료 행위가 1000개가 채 되지 않는 반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갯수가 많아 쪼개진 의료행위를 묶는 방식으로 보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처럼 의료행위별로 가격을 매겨 보상하다 보면 폭증하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빅5' 병원을 포함한 과도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 등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사직 전공의는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저수가 정책으로 수가를 통제해온 반면 의료 이용 행태는 강하게 통제하지 않아왔다"면서 "급증하는 의료비는 의료 이용 및 공급 행태를 적절히 해결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소될 수 없다"고 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회로 OECD 국가 중 1위다. OECD 평균(5.9회)과 비교하면 2.5배에 달한다. 입원환자 1인당 평균 재원일수(19.1일)는 OECD 평균(8.3일)의 2.3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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