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대한 기억, 사람 사는 이야기…시어 속 스며든 여름

조봉권 기자 2024. 8. 13.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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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시를 읽기 전에 거치는 단계가 있다.

일상의 트랙에서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는 일이다.

그런 일상의 트랙에서 살짝 뛰어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 보자.

그렇게 놀다가 시간 되면 일상의 트랙으로 건너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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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시인 4인의 신작 시집

- 등단 56년 강은교 생기있는 문체
- 김요아킴 부산 정겹게 들여다봐
- 김종회 일상의 예술 디카시 소개
- 정희경 현대시조 맛 제대로 선봬

현대인은 시를 읽기 전에 거치는 단계가 있다. 일상의 트랙에서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는 일이다. 보고서 참고서 교과서 제품설명서 대자보 신문 뉴스, 일상은 산문으로 돼 있다. 그런 일상의 트랙에서 살짝 뛰어 시의 트랙으로 갈아타 보자.

이 트랙에서는 굳이 시를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어! 느낌 좋은데, 정도도 괜찮다. 모든 시인이 ‘시는 시인 손을 떠나면 독자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놀다가 시간 되면 일상의 트랙으로 건너가면 된다. 휴가철인 여름은 트랙을 넘나들기 좋은 계절이다. 최근 무게감이 확실한 여러 시인이 작품집을 냈다. 여름 문학 선물 같은 느낌이 들어 한데 묶어 소개한다.

바탕은 김종회 시인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에 실린 ‘관음도 앞바다’ 사진으로, 함께 실린 디카시는 이렇다. “참 맑고 푸른 빛/ 사람 손으로 꾸밀 수 없는 청량/ 바닷가에 숨죽인 별유천지 비인간.” 김종회 제공


▮강은교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

부산에서 활동하는 강은교 시인은 한국 시단에서 우뚝한 존재다. 1968년 ‘사상계’로 등단했으니 시인이 된 지 56년이다. 그의 시어는 세월을 타지 않았다. 언어에 고도의 생기와 선명한 색상이 돈다. 그러면서 심연의 느낌을 낸다. 이번 시집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의 1부와 2부에서 받은 느낌으로 ‘컬러풀(colorful)한 심연’이 있다. 깊은 곳으로 독자를 데리고 가는데 시어는 생기 넘치는 의태어와 다채로운 색상을 내보인다.

1부 ‘운조의, 현(絃)을 위한 파르티타’에 주로 배치한 간결하고 생기·색상·생동감 선명한 작품은 동시에 심연을 들여다본다. 제2부 ‘당고마기고모의 여행노래’는 시집의 절정을 이룬다. 당고마기고모와 함께 미래슈퍼 옆 환상가게에 다녀와 보자.

▮김요아킴 ‘부산을 기억하는 법’

김요아킴 시인은 30여 년 전 부산에 정착했다. “낯선 항구 도시, 하지만 세월의 풍화 속에 함께한 무수한 인(因)과 연(緣)들 그리고 이를 통해 현실 속으로 지난하게 뿌리내리려 한”(시집 서문 중) 과정을 거쳐 그는 부산 시단에서 중요한 시인이 되었다. 김 시인은 새 시집 ‘부산을 기억하는 법’에서 부산의 숱한 장소를 하나 하나 정겹게 호명한다. 그 도시가 고향이 아니면서 그 도시에 오래 산 사람이 그 도시를 더 잘 들여다보고 예민하게 느낄 수 있다. 문학 자체가 낯설게, 새롭게 보는 태도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금정산을 두고 썼다. “생의 감각이 날밤을 새우며 통증으로 이어지던 날, 조금씩 산의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개심·開心-금정산을 맞았다’ 중). 부산 또한 그렇게 조금씩 더 보이기 시작했을 터이다.

▮김종회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


김종회 시인은 경희대 국문학과 교수로 오래 가르친 저명한 평론가이며 시인이고 이병주기념사업회 공동대표·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촌장이다. 그는 한국에서 디카시를 개척한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이번에 펴낸 네 번째 디카시집 ‘영감과 섬광’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썼다. “올해는 새로운 한류 문예 장르 디카시가 발원 20주년에 이르는 뜻깊은 해이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디카시는 이제 하나의 대세요 시대정신이 되었다.” 그는 ‘디카시 창작의 금언’ 8개 항목도 소개한다. ▷디카시는 일상의 예술이요 예술이 일상이 되는 ‘생활문학’이다 ▷디카시는 시가 아니다. 디카시는 디카시다 등이다.

▮정희경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

“밭에서 따온 지가 한 시간도 안 됐심더/ 투박한 1톤 트럭 흥정이 한창이다/ 노랗게 물들어버린 운촌시장 길거리/ 장마도 올라카고 보관도 안 되고예/ 긴 해에 얼굴마저 누렇게 익어가는/ 속까지 타들어 가서 단내 풀풀 참외들”(‘하지’ 전문) “개망초 흐드러져 둔덕에 피고 피고/ 베이고 베인 몸 미나리도 꽃이 피네/ 흰 물결 출렁이는 팔월 뭇별들이 내렸나/ 발목을 물에 담근 베인 자리 싹이 올라/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 기다림 흰 꽃으로 피네 미나리도 꽃 피네”(‘미나리도 꽃이 핀다’ 전문)

중견 시조시인 정희경의 새 시조집 ‘미나리도 꽃 피네’에 담긴 시조는 사람 사는 튼실한 이야기와 시조가 만나면 그 울림이 깊고 짙음을 확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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