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피부미생물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8. 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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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0~31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30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에는 사람 피부미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고장 내 체취를 줄여 모기가 덜 꼬이게 하는 기발한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따라서 피부미생물이 젖산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체취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모기가 덜 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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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는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고(미생물총), 이들이 내놓는 젖산 같은 대사산물이 모기가 끌리는 체취의 주요 성분이다. 젖산을 거의 만들지 못하게 유전자를 조작한 우점종 피부미생물을 피부에 이식하면 체취가 약해져 모기가 덜 끌린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사이언스다이렉트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0~31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에서 말라리아 환자 2명이 나오면서 서울에서 첫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얘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도 걱정이 하나 늘었다. 다만 삼일열말라리아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모기는 지구 보건에 큰 골칫거리로 지금도 매년 말라리아 원충에 2억5000만명이 감염돼 무려 60만명이 사망하고, 뎅기열은 4억명이 걸려 2만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모기를 퇴치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수년 전부터 생식능력을 없앤 수컷 등 유전자조작(GM) 모기를 풀어 모기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반대도 있지만 모기 매개 전염병 확산이 워낙 심각해 브라질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나름 성과를 냈다.

지난달 30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에는 사람 피부미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고장 내 체취를 줄여 모기가 덜 꼬이게 하는 기발한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모기는 사람 피부에서 풍기는 체취와 날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근원지, 즉 사람을 향해 날아간다. 연구 결과 모기를 끄는 데는 체취가 우선이고 이산화탄소는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기가 끌리는 체취 분자는 특히 젖산이 큰 역할을 한다. 인체는 포도당을 분해할 때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호흡 대신 발효를 통해 젖산을 만든다. 그런데 피부에서 젖산 분자를 만들어 내보내는 게 사람 세포가 아니라 피부미생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피부미생물이 젖산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체취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모기가 덜 꼬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자들은 피부미생물 가운데 우점종인 표피포도구균과 코리네박테리움 아미콜라툼을 대상으로 젖산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엘디에이치(LDH)의 유전자를 고장 냈다. 이런 조작을 한 두 박테리아는 젖산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피부에 각각 야생형(정상) 및 변이 표피포도구균을 이식한 생쥐 두 마리를 두고 모기의 선호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모기가 변이 박테리아 때문에 체취에서 젖산 냄새가 덜 나는 생쥐를 찾는 횟수는 야생형 박테리아가 있는 생쥐를 찾는 횟수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 효과는 2주 동안 지속됐다. 코리네박테리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즉 피부에 이식한 변이 박테리아가 기존 피부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안착했다는 말이다.

변이 박테리아를 써서 체취를 줄여 모기를 덜 꼬이게 하는 방법은 화학 모기 기피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화학 모기 기피제는 지속력이 약해 수 시간마다 뿌려야 한다. 야외활동 등 특별한 때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이유다.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전염병의 위협이 갈수록 심각하다. 체취 물질을 안 만드는 피부미생물이 함유된 ‘바르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나온다면 든든한 우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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