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와 피부미생물 [강석기의 과학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0~31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30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에는 사람 피부미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고장 내 체취를 줄여 모기가 덜 꼬이게 하는 기발한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따라서 피부미생물이 젖산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체취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모기가 덜 꼬일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질병관리청은 지난 7일 전국에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30~31일 채집한 말라리아 매개모기(얼룩날개모기)에서 삼일열말라리아 원충이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지난달 서울 양천구에서 말라리아 환자 2명이 나오면서 서울에서 첫 말라리아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얘기인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도 걱정이 하나 늘었다. 다만 삼일열말라리아는 증상이 상대적으로 가벼워 죽음에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
모기는 지구 보건에 큰 골칫거리로 지금도 매년 말라리아 원충에 2억5000만명이 감염돼 무려 60만명이 사망하고, 뎅기열은 4억명이 걸려 2만여명이 목숨을 잃는다. 모기를 퇴치하고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탓에 수년 전부터 생식능력을 없앤 수컷 등 유전자조작(GM) 모기를 풀어 모기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생태계 교란을 이유로 반대도 있지만 모기 매개 전염병 확산이 워낙 심각해 브라질과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나름 성과를 냈다.
지난달 30일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넥서스’에는 사람 피부미생물의 특정 유전자를 고장 내 체취를 줄여 모기가 덜 꼬이게 하는 기발한 방법을 소개한 논문이 실렸다. 모기는 사람 피부에서 풍기는 체취와 날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감지해 근원지, 즉 사람을 향해 날아간다. 연구 결과 모기를 끄는 데는 체취가 우선이고 이산화탄소는 시너지 효과를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모기가 끌리는 체취 분자는 특히 젖산이 큰 역할을 한다. 인체는 포도당을 분해할 때 산소가 부족하면 세포호흡 대신 발효를 통해 젖산을 만든다. 그런데 피부에서 젖산 분자를 만들어 내보내는 게 사람 세포가 아니라 피부미생물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피부미생물이 젖산을 만들지 못하게 조작하면 체취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고 따라서 모기가 덜 꼬일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자들은 피부미생물 가운데 우점종인 표피포도구균과 코리네박테리움 아미콜라툼을 대상으로 젖산 생합성에 관여하는 효소 엘디에이치(LDH)의 유전자를 고장 냈다. 이런 조작을 한 두 박테리아는 젖산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피부에 각각 야생형(정상) 및 변이 표피포도구균을 이식한 생쥐 두 마리를 두고 모기의 선호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모기가 변이 박테리아 때문에 체취에서 젖산 냄새가 덜 나는 생쥐를 찾는 횟수는 야생형 박테리아가 있는 생쥐를 찾는 횟수의 절반 수준이었고 이 효과는 2주 동안 지속됐다. 코리네박테리움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즉 피부에 이식한 변이 박테리아가 기존 피부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안착했다는 말이다.
변이 박테리아를 써서 체취를 줄여 모기를 덜 꼬이게 하는 방법은 화학 모기 기피제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반면 화학 모기 기피제는 지속력이 약해 수 시간마다 뿌려야 한다. 야외활동 등 특별한 때가 아니면 쓰기 어려운 이유다. 기후변화로 모기 매개 전염병의 위협이 갈수록 심각하다. 체취 물질을 안 만드는 피부미생물이 함유된 ‘바르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나온다면 든든한 우군이 되지 않을까.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김경수 복권 반대’ 득보다 실?…“한-용산 깊은 골 재확인”
- [단독] ‘채상병 순직 뒤 60일’ 통화기록 확보…공수처 ‘외압 의혹’ 수사 본격화
- ID부터 잔고까지 542억건…알리쪽 불법 사용해도 확인 불가능
- “피 토하고 울음 삼키며”…지리산 천왕봉 바위에 새긴 의병 울분
- [영상] 버스정류장 앞에 100㎏ 쇳덩이 ‘쿵’…시민 1명 병원 이송
- MB·박근혜 정부 ‘적폐 인사’ 대거 포함…도 넘은 사면권 남용
- ‘실세 차장’ 김태효에 밀렸나…안보실장 2년 새 3차례 갈려
- 복직 의사 800명 신상 담긴 ‘블랙리스트’ 공개…경찰, 수사 착수
- 중동 긴장에 국제유가 급등…국내 물가 불안 자극하나
- 코로나19 재확산은 단 ‘한 개’의 이것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