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차장’ 김태효에 밀렸나…안보실장 2년 새 3차례 갈려

이제훈 기자 2024. 8. 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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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지고 돌아오자마자 12일 발표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교체 인사를 두고 쑥덕공론이 무성하다.

용산 국방부 주변에선 '국방파' 신원식 안보실장과,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충암파' 김용현 장관 후보자의 군 인사를 둘러싼 권력 투쟁에서 김 후보자가 '승리'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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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안보라인 전격 교체 왜?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윤 대통령의 좌우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왼쪽 셋째)과 신원식 신임 국가안보실장(앞줄 왼쪽 다섯째)이 앉고, 외교안보특보로 자리를 옮긴 장호진 전 안보실장(왼쪽 첫째)이 두칸 떨어져 앉은 풍경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마지고 돌아오자마자 12일 발표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국방부 장관 교체 인사를 두고 쑥덕공론이 무성하다. 외교안보정책 지휘부의 너무 잦은 교체인데다, 예상치 못한 시기의 인사여서다. 장호진 전 안보실장은 228일,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310일 만에 각각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안보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구나 석달도 남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11월5일)를 앞두고 외교안보 정책 지휘부의 무게중심을 ‘외교’에서 ‘안보’로 급선회한 걸 두고도 “시기와 내용 모두 의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왜 지금 이런 인사를 한 걸까?

■ 안보실 ‘실세’는 김태효?

신원식 신임 안보실장은 출범 2년3개월째인 윤석열 정부의 네번째 안보실장이다. 세간의 ‘장호진 경질설’에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장호진 특보는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을 보좌한) 헨리 키신저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장 특보는 지난 주말까지도 인사 대상이라는 걸 몰랐던 듯하다고 주변 인사들이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최고위 참모인 안보실장의 잦은 교체는 그 자체로 이상 징후다. 한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한겨레에 “외교안보 영역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고위 참모직을 따로 둔 노태우 정부 이후 역대 정부를 통틀어 출범 2년여 만에 세차례 안보실장 교체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불안정성을 드러내는 좋지 않은 징조”라고 말했다.

안보실장의 잦은 교체에도 국가안보실의 ‘2인자’인 김태효 1차장이 정부 출범 때부터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실은 주목을 요한다. 김 차장은 윤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이웃으로 ‘실세’로 불려왔다. 한 외교소식통은 “장 실장과 김 차장은 정책 지향이 적잖이 다를뿐더러 개인적으로 사이가 아주 좋지 않다는 건 외교가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번 인사를 두고 김 차장이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결과라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는 “안보실장은 정신없이 바뀌는데 그 밑인 1차장은 실세 소리를 들으며 자리를 지키면 그 조직이 제대로 돌아가겠나”라고 한탄했다.

■ ‘국방족’의 권력 암투?

10개월 만의 국방부 장관 교체를 두고는 ‘입틀막 경호처장’의 중용을 통한 ‘친위체제’ 구축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많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비서실장을 제치고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사무실을 뒀을 정도로 ‘실세 중의 실세’로 불려왔다.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압박, 하극상과 정보 유출이라는 정보사령부의 자중지란에 맞닥뜨린 대통령이 군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포석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용산 국방부 주변에선 ‘국방파’ 신원식 안보실장과,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충암파’ 김용현 장관 후보자의 군 인사를 둘러싼 권력 투쟁에서 김 후보자가 ‘승리’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다.

■ ‘힘’을 앞세운 통일 추진?

윤 대통령이 ‘통일’을 열쇳말로 한 광복절 경축사 발표를 앞두고 인사를 한 사실은, 시기는 물론 정책 기조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껏 “힘에 의한 평화”, 그리고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부인하는 ‘흡수통일’을 연상시키는 “통일 대한민국”을 강조해왔는데, 이번 광복절 경축사는 이런 정책 기조의 ‘중간 결산’이 되리라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지상과제로 여기는 듯한 새 안보실장과 안보실 1차장의 존재를 더하면 ‘강경한 대북정책, 미국 편향 외교’ 노선의 가속화 지향을 어렵지 않게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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