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언련’ 대표와 국힘 ‘귀순 용사’…방통위 산하기관장들의 과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시미재) 이사장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이 지난 1일 새로 선임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최철호 전 선거방송심의위원을 시미재 이사장에,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을 코바코 사장에 앉혔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최철호 이사장과 민영삼 사장의 과거 행적과 소속 단체 등을 살펴봤다. 앞서 공동취재팀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와 KBS 신임 이사들을 검증해 연속 보도했다.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공언련’ ‘미디어 X’ 만든 장본인
최철호 시미재 이사장은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를 만든 주요 인물 중 하나다. KBS 피디 출신인 최철호는 공언련의 전신으로 2021년 10월 출범한 ‘KBS 직원연대’의 대표였다. 그리고 두 달 가량 뒤에 발족한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국민감시단)의 공동대표이자 운영위원장도 지냈다.
2021년 11월 30일 발족 기자회견에서 최철호 국민감시단 대표는 “공영방송이 정권의 방송으로 변질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협해 오고 있다”며 “감시단은 대선 기간 모니터링 활동을 정기적으로 발표해 국민의 눈과 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감시단은 2022년 1월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 이재명 후보의 부인과 관련한 MBC 보도가 편파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불공정 보도 사례를 취합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고발 등을 해왔다.
2022년 6월 10일 공언련을 창립하고 초대 대표가 된 최 이사장은 미디어 감시 전문 매체를 표방한 ‘미디어 X’도 창간했다. 지난 1월 9일 열린 미디어 X 창간식에서 그는 “미디어오늘이나 미디어스라는 이름으로 매체도 편향적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게끔 촉구하는 매체가 미디어 X”라고 주장했다.
최철호 공언련 전 대표가 공언련 민원 심의
최철호 이사장은 지난 2월부터 이미 시미재 이사장 최종 후보로 거론됐다. 조한규 전 이사장의 임기가 2월 16일로 끝났는데도 최 이사장 임명은 8월 1일에야 이뤄졌다. 최 이사장은 당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이었는데 시미재 이사장이 되면 심의위원을 그만둬야 했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13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를 구성할 때 국민의힘 추천 몫으로 합류했다. 공언련 추천 몫이었던 권재홍 전 MBC플러스 대표이사(현 공언련 이사장)와 함께 공언련 출신이었다.
최 이사장이 활동한 선방위는 임기 동안 108개 안건을 다루고 최고 징계인 ‘관계자 징계’를 14건 냈다. (관계자 징계는 2010년부터 선방위가 꾸려진 이래 약 13년 동안 불과 두 건 있었다.) 최 이사장은 이 14건에 모두 관계자 징계 의견을 냈다. 임기 동안에는 16번의 관계자 징계 의견을 피력했다. (관련 기사 : [주간 뉴스타파] 국힘에 불리하면 징계? 폭주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 https://newstapa.org/article/X3Cl1)
관계자 징계로 의결된 14건 중 11건이 공언련 민원에 의한 것으로 확인되자, 전국언론노조 방심위지부는 지난 2월 19일 ‘셀프 심의’ 중인 최철호, 권재홍 선방위원을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으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소속 단체인 공언련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신청했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두 위원이 신고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회의 중 모니터 내용을 언급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한 바 있기 때문”이라고 3월 14일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당시 선방위가 내린 법정 제재에 불복한 MBC, CBS 등 방송사들이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인용 처리했다. 관계자 징계를 비롯한 19건의 선방위 심의가 법원에 의해 모두 가로막힌 것이다.
정부 비판 막았던 이석우 전 이사장…최철호 이사장의 다음 단계는?
“모든 국민이 다양한 미디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국민 미디어 전문 기관.” 시청자미디어재단 홈페이지에 적힌 재단 설명이다. 시미재는 방송법에 따라 시청자의 방송 참여, 권익 증진 등을 목표로 방통위가 설립한 기관이다.
청각 장애인을 위해 실시간으로 음성 내용을 문자로 보여주는 폐쇄 자막, 시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수어 방송 등이 대표 사업이다. 유아에서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미디어 교육 사업도 한다. 방송 광고와 협찬 고지 등이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역할 역시 맡고 있다.
공언련 출신인 최철호 이사장이 이런 시미재 사업들에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5년 시미재 설립과 동시에 첫 이사장으로 취임했던 이석우 시사 평론가의 사례가 있어서다.
2017년 1월 전국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 논평과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보도 자료, 미디어오늘 보도 등에 따르면 이석우 이사장 당시 시미재는 2016년 11월부터 미디어 교육 강사들에게 ‘윤리강령 준수 서약서’ 작성을 요구했다고 한다. “강사들의 정치 또는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가 교육 내용에 포함돼선 안 된다”는 조항이 논란이 됐다. 심지어 “위반 시 어떤 불이익 조치도 감수한다”는 식의 문장도 들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는 과정인데 정부 비판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공교육에도 없는 윤리강령 준수 서약서를 강요하는 건 강사의 사상 검열에 불과하다”(전국민언련 공동 논평)는 비판이 나왔다.
이석우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 비서실장 출신으로 내정될 때부터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두고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하고 “YTN에 좌편향 시청자가 많다”는 SNS 게시글 등 정치 편향적 발언도 문제가 됐다.
또 시미재 이사장은 부산과 광주 등 12개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 센터장(책임 보직) 등에게 노무 지휘권을 위임한 것으로 돼 있다. 책임 보직자가 공석 등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이사장이 직무 대행자를 지명한다. 이사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지역 시청자미디어 센터의 직무 분장도 조정할 수 있다.
이 모두 시청자미디어재단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직제규칙(2023년 12월 27일 개정)에 담긴 내용이다. 제도적으로 차기 이사장이 시미재를 비롯한 지역 센터 인사까지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공동취재팀은 선방위원 시절 ‘셀프 심의’와 과도한 징계 논란 등에 대해 물으려고 최철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스타파 기자”라고 신원을 밝히자 최 이사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끊었다.
“좌파 타파”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불가피” 외쳤던 민영삼 코바코 사장
민영삼 코바코 사장은 ‘친윤’(친 윤석열) 인사로 평가받는다. 그렇지만 민 사장은 그동안 여러 정당을 거쳐왔다. 18대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캠프 국민통합추진위원회 전략본부장을 지냈다. 19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 특보였다.
20대 대선에는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에는 ‘귀순 용사’로 스스로를 칭하며 “좌파 타파”를 외쳐왔다.
지난 1월 민 사장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와 관련해 “(김경률 최고위원이 김건희 여사를) 마리앙뚜아네트에 비유한 것은 큰 실수”라고 유튜브 ‘배승희 변호사’ 채널에 나와 말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인격 모독, 인격 말살이다. 여당 지도부가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것”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2월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면서는 “민주노총 소속으로 노영 방송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편향적인 방송을 하는 좌파 언론 노조에 맞서 공정한 방송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 사장은 2년 전 일명 ‘바이든-날리면’ 보도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이 거부됐을 때도 “MBC가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반성의 자세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편을 겪은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언론 탄압은 노무현 정부 때 조선일보를 탄압한 게 언론 탄압이다, 기자실 대못질한 것하고. 문재인 정부 때 조선일보를 곤란하게 하려고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것이 언론 탄압”이라고 TV조선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말했다.
‘방송광고 영업대행’하는 코바코…‘정부 비판’ 방송사 광고 줄일 가능성도
민영삼 씨가 사장이 된 코바코는 MBC, KBS 등 지상파 19개 매체의 방송 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기관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법규상 사기업을 상대로 직접 광고 영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바코의 영업 능력이나 의지가 이들 방송사의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박성제 MBC 전 사장은 “광고에서는 방송사 프로그램 경쟁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요인”이라면서도 “코바코의 영업 능력과 영업 의지도 광고 수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최근 MBC 광고를 줄이는 상황과 맞물려 우려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실제 MBC는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정부 광고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받은 정부 광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MBC의 정부 광고 집행액은 전해 대비 5억 원가량 줄었다. 올해 상반기 집행 규모도 지상파 3사 중에서 MBC가 가장 작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약 57억 원의 방송 광고를 집행했는데 이 가운데 MBC 광고 집행액은 ‘0원’이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도 ‘바이든-날리면’ 보도 이후 “MBC를 응징해 주셨으면 한다. 시청을 거부하고 광고를 주지 않는 등 방법은 많다”는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민 사장 취임 이후 언론노조 코바코지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정치색을 공적 업무에 입히려는 생각은 버려라. 코바코와 조직원들을 정권에 바치는 희생양으로 만들 생각도 버려라”라고 밝혔다. 공동취재팀은 이런 우려에 대한 민 사장의 입장을 들으려고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앞으로 EBS 이사진과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에 대한 검증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 박상희 박종화(이상 뉴스타파) 신상호(오마이뉴스)
뉴스타파 박상희 sacha@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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