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만난 호킹 “자식 땜에 일한다” 미공개 사진들 공개…‘DJ 서거 15주기’ 육성 회고록 출간

정원식 기자 2024. 8. 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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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계 은퇴 선언 후 유학 생활 중이던 1993년 케임브리지에서 이웃집에 살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과 서거 15주기를 맞아 <김대중 육성 회고록>(한길사)이 13일 출간됐다.

이번 회고록은 김 전 대통령이 류상영 교수 등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연구진들과 2006년 7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41회에 걸쳐 42시간 26분 동안 진행한 구술 인터뷰 내용을 담은 것이다.

한길사 제공

전남 하의도에서 서당을 다니던 소년 시절부터 생애 말기까지 그가 걸어온 발자취가 담겼다. 영국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찍은 사진 등 미공개 사진 10여장도 이번 회고록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김 전 대통령과 호킹 박사가 만나는 사진은 1993년 케임브리지에 머물렀을 당시 찍은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은 이웃해 살던 호킹 박사에게 건강이 좋지 않은데도 대단한 학문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호킹 박사는 “내게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기 때문에 가정경제를 책임지기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은 “‘저렇게 위대한 분도 다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양재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서전 등 다른 기록물과는 달리 말씀하신 그대로를 윤문만 해서 책으로 만들었다”며 “학술자료 형태로 공개할지 대중서 형태로 공개할지 막판까지 고민하다가 많은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의 제안대로 육성 회고록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1980년 함석헌 선생과 함께.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 전 대통령은 자유당과 이승만 전 대통령 시절의 자유당 통치와 4·19 혁명을 겪으면서 정치에 나섰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의 독재와 뒤이은 신군부 통치 속에서 몇 차례나 죽을 위기를 겪으면서도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다.

제6대 국회의원 시절(1960년대 중반).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 전 대통령은 고난 속에서도 자기 단련을 멈추지 않았다. 감옥에선 수없이 책을 읽었고 망명 생활과 유학을 통해선 세계적 지성들과 토론했다. 그 과정에서 투철한 인권 의식과 정치이론을 다듬어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김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 독서의 폭과 깊이에 크게 놀랐다”면서 “독서가 김 전 대통령을 큰 지도자로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품격 낮은 언어와는 격이 다른 (김 전 대통령의) 격조 높고 품위 있는 언어가 그립다”고 말했다.

책은 김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비롯해 ‘지방자치제’ ‘4대국 안전 보장론’ ‘햇볕정책’ ‘동아시아 공동체’ ‘세계화’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 등 그가 추진했던 정책과 이론을 소개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극복 과정, 남북 정상회담 뒷이야기,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 등 세계 지도자들과의 일화도 담겼다.

신민당 대변인 시절(1967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왼쪽부터 권노갑, 유진오, 김대중. 김대중도서관 제공

김 전 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는 정치지도자가 될 사람은 반드시 공부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각종 정책에 관한 공부입니다. 공부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그다음 단계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박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작고 지엽적인 걸로 다투기보다는 크고 넓고 국가적이고 나라의 이익과 미래를 위해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항상 생각했던 지도자”라면서 “오늘의 정치인들이나 오늘의 청년들이 꼭 이 회고록을 읽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민정수석과 문화관광부 장관 등을 지낸 김성재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후원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를 따른다고 말하지만 내용은 공허하다”면서 “김 전 대통령이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생각했는지 제발 이 책을 읽어보고 나서 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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