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21번째 거부권 행사, 대안 없는 ‘행정 독주’ 멈춰야

2024. 8. 1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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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2년3개월 재임 중 21번째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엔 ‘방송4법’을 국회에 재의요구했다. 대안을 제시하거나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한 야당과의 절충·협치 노력은 외면했다. 국회 입법권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삼권분립을 훼손한 ‘행정 독주’라 할 만하다. 국회를 구성한 민심도 아랑곳 않는 ‘독재’를 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국정 최고책임자이자 조정자여야 할 대통령이 ‘국회 법안 의결-거부권 행사-법안 재표결 후 폐기’의 무한 정쟁 중심에 선 현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해당 법안들은 노동권 보호, 심각한 민생경기 진작, 공영방송 정상화 등 입법 당위성이 충분한 것들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환영한 노란봉투법이지만, 우려점이 있다면 야당·노동단체 등과 협의·절충하면 될 일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정부 주장대로 경기 진작 효과는 적고 재원 부담만 크다면 대상과 액수를 조정하면 된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도 바로잡겠다고 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나 내수 침체의 대안과 협치는 없이 거부권만 남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거부권을 ‘대야 협상에 적극 활용하라’는 대통령이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정부는 법안 거부권을 행사할 때마다 여야 합의 미비를 사유로 들지만, 그 자체가 매우 정략적이다. 정부·여당 뜻대로가 아니면 안 된다는 것이어서 총선 민심과 국회 의석수·입법권을 무시한 오만이다. 대통령의 거부권은 공익이 뚜렷할 때, 최후 수단으로 행사돼야 하는 매우 제한적인 권력이다. 정략적 거부권 행사는 위임된 권력 범위를 넘어 헌정 질서에 혼란을 주는 자의적 권한 남용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특별사면·감형·복권안도 재가했다. 집권 후 5번째 특사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조윤선·안종범·현기환 전 청와대 수석 등이 포함됐다. 2022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부터 과거 보수정권의 국정농단 사범들에게 모두 면죄부를 준 완결판 특사다. 보수층 결속 의도겠지만, 사법 정의를 훼손하고 국민 통합에 역행하는 사면권 행사다.

윤석열 정부는 최소한으로 행사해야 할 거부권과 사면권을 오남용하고 있다. 민심에 역행하고 정치적 이해만 노린 거부권·사면권 행사는 ‘국민 전체 봉사자’여야 할 공직자 의무와 헌법적 가치(헌법 7조)에 반한다. 윤 대통령은 정치와 국정을 파괴한 대통령으로 남고 싶은 게 아니라면 권한 남용을 멈춰야 한다.

민주노총과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주최로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조법 2·3조, 방송 4법 거부권 의결,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한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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