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배터리 정보 공개한 벤츠 …'화재 배터리' 장착 5582대

벤츠·현대차 전차종 무상점검
테슬라·BMW·폭스바겐 동참
정부, 배터리 완충 제한 요청

인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한 지 13일 만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전 차종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화재가 발생했던 EQE 350+ 차종을 포함해 총 5종에 중국 파라시스에너지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벤츠코리아는 당초 배터리 제조사를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현대차, 기아에 이어 BMW코리아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지난 12일 공개하면서 공개 방침으로 전환했다.

홈페이지 접속 시 팝업 화면을 통해 제조사를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현대차, 기아, BMW코리아와 달리 벤츠는 소비자가 직접 홈페이지 브랜드 메뉴에 신설된 '전기차 차종별 배터리 셀 제조사 현황'을 클릭해야 하도록 구성했다.

벤츠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은 총 5종으로 EQE 350+, EQE 350 4MATIC, EQE 53 4MATIC, EQE 500 4MATIC SUV,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인 EQS 350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이 5개 차종은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총 5582대가 팔렸다.

EQE SUV를 포함한 전체 EQE 차량은 3908대가 팔렸는데, 이 중 CATL 배터리를 장착한 EQE 300의 판매량은 260대로, 판매된 EQE 모델 대부분이 사실상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츠코리아는 이달 14일을 시작으로 자사 전기차 전 차종을 대상으로 무상 점검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차종뿐만 아니라 EQC를 포함해 벤츠코리아가 출시한 모든 전기차종이다.

현대차그룹은 13일부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브랜드의 승용 및 상용 전기차 전 차종을 대상으로 무상 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전기차 화재 요인이 될 수 있는 냉각 시스템, 연결 케이블 손상 여부 등 9개 항목을 검사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9일부터는 볼보, 8월 중에는 테슬라, BMW, 르노, KG모빌리티가 자사 전기차에 대한 무상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한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연중 상시 무상 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벤츠의 배터리 제조사 공개가 진행됐지만 2주가량 제조사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서 EQE 차량을 중고차로 내놓는 벤츠 차주들도 늘었다.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에는 이달 5일 이후 총 32대의 EQE 매물이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정부는 잇달아 관계부처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정부의 안전 대책은 9월이나 돼서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장 주재 차관회의에선 당장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을 대상으로 스프링클러를 비롯한 소방시설을 긴급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완성차·수입차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안전마진'을 10%로 늘려 100% 충전(완충)을 제한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완 기자 / 이진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