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LLM 1년…AI동맹 3배로 늘었다
HD현대 등 사업 MOU 65건
보안 뛰어난 AI 모델 앞세워
해외 빅테크와 차별화 승부
네이버가 국내 토종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자사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의 출시 1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원천 모델 고도화에 주력해온 오픈AI·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의 움직임과 견줘 네이버는 기업과 기관,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한 AI 서비스(솔루션) 사업화에 공을 들이며 당장 '돈이 되는 AI'로 가시적인 성과를 선보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는 네이버가 견조한 실적 추이에도 AI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투자 사이드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글로벌 AI시장이 원천 모델의 고도화 경쟁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틈새 전략으로 '소버린(Sovereign·주권) AI'를 앞세워 필요한 기술을 현장 곳곳에 공급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1년 전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내놓을 당시만 해도 여느 빅테크와 마찬가지로 AI 기술 고도화에 초점을 뒀다. 그러나 AI 모델 성능의 대표 지표인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높이기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국내 B2B(기업용)·B2C(소비자용) AI 서비스 시장을 잡는 것이 우위를 점하는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네이버는 그동안 HD현대, 한국은행 등 하이퍼클로바X를 통한 사업화 동맹으로 65건(작년 2월부터 올해 8월까지 기준)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1년 전 사업 초기 때와 견줘 3배 이상 동맹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또 각 기업의 데이터를 토대로 최적화된 AI 특화 서비스를 만들어 주는 AI 개발 도구 '클로바 스튜디오'를 활용 중인 기업과 기관은 현재 2000여 곳으로 확대됐다.
일례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광고 창작 플랫폼 '아이작(AiSAC)'과 경북도교육청의 AI 플랫폼 학교지원종합자료실, 한섬의 패션 트렌드 AI 리포트, 법률상담 챗봇 'AI 대륙아주' 등에 네이버의 생성형 AI 기술이 접목됐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지난 4월 비용 효율성과 속도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경량화 모델(HCX-DASH)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기존 모델 대비 5분의 1 비용으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네이버가 또 힘을 싣고 있는 솔루션은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다. 이는 보안 침해나 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하게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다. 재계 순위 톱5에 드는 대기업 집단에서 현재 이 솔루션을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미지 멀티모달 등 기업 고객의 사용 목적에 맞도록 최적화된 다양한 형태의 하이퍼클로바X 순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반 소비자 대상 AI 사업화에 대해선 '유료'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색을 필두로 커머스·커뮤니티·광고 등의 영역에서 이용자 록인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례로 네이버의 대화형 AI 에이전트 서비스 '클로바X'에 이미지 검색 기능을 더한 멀티모달 역할을 업그레이드하고, 생성형 AI 검색 서비스 '큐:'의 모바일 버전을 연내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편 네이버는 이러한 자사 전략을 외부에 공표하는 데 있어 그 시기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초 네이버는 이달 말 서울 강남 모처에서 네이버와 주요 계열사의 미래 전략을 제시하는 쇼케이스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네이버 내부적으로 AI 등과 관련된 결실을 내놓는 시기가 이르다는 결론에 도달해 행사 시기를 오는 11월 이후로 연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꽤 오래 행사를 준비해왔지만 대내외적으로 여러 상황이 맞물린 가운데, 계열사(팀네이버)를 모두 한곳에 모으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네이버가 당분간 실제 수익화가 가능한 AI를 중심으로 내실 다지기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네이버는 AI를 활용한 맞춤 광고 등에 힘입어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조6105억원, 영업이익 4727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4%, 26.8% 증가한 수치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최근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당분간 AI 서비스들을 기존 핵심 사업인 검색과 광고, 커머스에 결합해 기존의 수익 모델을 더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고민서 기자 /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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