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외교 대참사” 비판에 조태열 “한풀이하듯 등재에 반대해 자폭하는 게 국익에 좋은 건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관련 답변
“발언문과 전시물 내용의 갭은 인정”
“100%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3일 일본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한 한·일 간 협상 결과를 두고 “(일본으로부터) 100% 받아내지 못한 거에 대해 당연히 미안하게 느낀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다만 ‘대일 굴욕 외교’ 등 비판에 대해선 “부당하다”, “과거보다 진전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도광산 협상 결과를 두고 ‘우리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이 정도밖에 못 해서 미안하다는 생각은 없나’라는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조 장관은 다만 일본이 2015년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때는 도쿄에 전시시설을 설치한 점을 언급하며 “이번에는 사도광산 현장에 전시실을 만든 건 진전”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일본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있는 조선인 노동자의 역사를 설명한 전시물에 ‘강제’라는 표현이 없는 점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차 의원은 “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우회적인 표현만 보고 강제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겠나”라며 “강제성 표현 빠진 것을 보고 과연 아이들이 뭘 배울 수 있나. 미래세대가 (강제동원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강제성과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노동자가 가혹한 환경에 있었고 그중에 한국인 노동자가 있었다’는 식으로 희석시키고 면피하는 조치를 했다”라며 “2015년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 때보다 후퇴했다”고 말했다. 이재강 의원은 “한국 외교의 대참사”라며 “협상 참가자와 대통령실 관계자를 증인으로 출석시켜 책임과 대책을 묻는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했다.
조 장관은 ‘대일 굴욕 외교’ 등의 평가에 “부당한 비판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그는 또 “강제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015년 일본 측 수석대표는 “수많은 한국인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끌려와 가혹한 조건 하에 강요된 노동을 했다”고 말했는데, 이번 사도광산 때 일본 대표가 기존 약속을 “명심하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전시물에 ‘강요된 노동’ 표현이 없다는 김영배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조 장관은 “(일본 측 대표의) 발언문과 전시물의 내용에 갭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보면 강제성이 드러나는 식으로 전시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조 장관은 “발언문을 통해 강제성을 확보했고 그에 합당한 전시물을 만들고 싶었지만, 100%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내지는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조 장관의 입장을 두둔했다.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어려운 협상 조건에서도 이 정도면 상당한 성과를 얻었다”며 “(일본이 2015년에 인정한) 강제성이라는 표현이 이번 합의를 통해서 계속 살아 있는 것이고, 국제사회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형식으로 돼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답변하는 과정에서 “국민 한풀이하듯 등재에 반대해 자폭을 하는 게 국익에 좋은 건지…”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하는 여론을 감정에 기댄 즉흥적 판단으로 치부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사도광산 등재에 반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상당히 높은데, 이런 국민의 감정과 일본에 대한 역사 인식을 한풀이나 자폭이라고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지적하자 조 장관은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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