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청나라의 '속국'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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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발발한 청일전쟁은 동아시아 세계에 있어 오랜 중국적 질서의 와해와 근대 국가를 향한 갈림길이었다.
저자는 종번 구조와 조선 모델 등 핵심 개념뿐만 아니라 청과 조선의 관계사라는 미시사를 토대로 3세기 동안 이뤄진 중화제국의 부상과 붕괴, 대외관계 시스템과 서양의 충돌, 동아시아 근대 주권 국가의 탄생 등 중국과 동아시아의 전환에 대한 거시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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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조선, '조공'이 아닌 '종번 체제' 주장
조선은 청 제국에 무엇이었나(왕위안충 지음 / 손성욱 옮김 / 423쪽 / 2만 9000원)
1894년 발발한 청일전쟁은 동아시아 세계에 있어 오랜 중국적 질서의 와해와 근대 국가를 향한 갈림길이었다. 전쟁이 끝난 이듬해 청일 사이에서 체결된 시모노세키 조약 1조엔 '중국은 조선국의 완전무결한 독립과 자주를 확실히 인정한다'고 명시됐다. 조선이 그동안 중국의 속국이었다는 뜻일까? '중국의 일부'였다는 조약의 첫 문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17세기 초부터 20세기 초까지 정치와 외교사를 들여다보며 청이 중화민국을 다시 만드는 데 조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핵심 개념으로 '조공'이란 용어를 대신해 다소 생소한 '종번'과 그 체제를 있게 한 '조선 모델'을 제시, 양국이 종번이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어떤 중대한 변화를 어떻게 겪었는지 알려준다.
종번 체제는 동아시아에서 '천하'라는 아주 오래된 세계질서를 뜻한다. 종번 체제는 전근대 시기 한중 관계의 근간을 이뤘으며, 조공 및 책봉의 수단과 사대 및 자소의 언설로 구축됐다. 한반도의 왕조는 중원왕조와 유교적 세계관에 기반해 독특한 문화적 동질성을 형성해 왔는데, 이 종번 관계는 명대에 임진왜란을 겪으며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조선 변방에서 흥기한 오랑캐 청은 정통성을 입증해야 하는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했다. 청의 만주 정권은 입관 전 10년 동안 종번 구조에 내재된 정치-문화적 담론을 활용해 '중국'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이에 청은 조선과 집중적인 사신 왕래를 통해 지위 변화를 일으키며 양자 간 새로운 정치 제도를 강화했으며, 이는 새로 정복하거나 예속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를 관리할 성숙한 모델 개발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를 '조선 모델'로 정의한다.
저자는 종번 구조와 조선 모델 등 핵심 개념뿐만 아니라 청과 조선의 관계사라는 미시사를 토대로 3세기 동안 이뤄진 중화제국의 부상과 붕괴, 대외관계 시스템과 서양의 충돌, 동아시아 근대 주권 국가의 탄생 등 중국과 동아시아의 전환에 대한 거시사를 들려준다.
이전의 한중 관계를 다룬 논저들이 하나같이 양국 관계에 중점을 뒀지만, 이 책은 양국 관계를 중요시 다루면서도 수 세기 동안 중국 및 세계의 변화와 그로 인한 주변 국가 및 지역에 미친 영향을 입체적으로 다룬다.
저자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인 '한국은 중국에 무엇인가?'는 '중국은 한국에 무엇인가'에 매몰된 우리에게 그 이면을 생각해 보고 한중 관계와 한반도의 미래를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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