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명 칼럼] 2024년 광복절, 그리고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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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절대다수는 '광복'이라 하면 일제가 패망한 1945년 8월 15일을 떠올린다.
광복절 유래에 관한 그의 설명을 수용하고 말고에 있어 이 교수가 속한 진영은 고려 요소가 못 된다.
그들은 김 관장이 "대한민국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1948년 8월 15일에 정부를 세우게 되는 것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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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정'같은 막말 함부로 하나
대한민국은 조선과 달라서
난폭·억지로 정의 못 세워
한국인 절대다수는 '광복'이라 하면 일제가 패망한 1945년 8월 15일을 떠올린다. 그 기준에 따라 올해는 광복 79주년이 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광복절을 처음 기념한 것은 정부 수립 1주년이던 1949년 8월 15일이었는데 이때는 광복절 대신 '독립 1주년'이라는 표현을 썼다. 신생 정부는 일제로부터 해방이 아닌 정부 수립을 '진짜 독립'으로 간주했다.
1949년 9월 국회를 통과한 '국경일 제정에 관한 법률안'은 독립기념일을 광복절로 개칭했는데 삼일절, 제헌절, 개천절과 더불어 4대 국경일 이름을 '~절'로 통일하는 차원이었다. 이듬해 6·25전쟁 중 대구에서 열린 1950년 8·15 행사는 '제2회 광복절'이 공식 명칭이었다. 다만 그즈음 언론과 민간에서는 광복을 '해방'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해 1954년 이후부터는 민관 할 것 없이 대체로 광복절을 해방절과 같은 의미로 이해했다. 광복(빛이 돌아옴)이라는 한자어에 내포된 해방적 이미지가 둘의 혼용을 촉진했을 것이다. 1955년이 되면 정부는 광복 10주년을 대대적으로, 동시에 정부 수립 7주년을 홍보했다. 이것이 올해가 광복 76주년이 아니라 79주년이 된 사정의 기원이다.
이상 설명은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쓴 단행본 '대한민국 역사'를 참고한 것이다. 이 교수는 해방 전후 정부 문건과 신문 기사 등을 근거로 광복절의 유래와 변천을 논증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 등 논쟁적 저서로 말미암아 좌파 민족주의 진영으로부터 배척되는 학자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이 교수 주장에 대해 학문적으로 유의미한 반론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광복절 유래에 관한 그의 설명을 수용하고 말고에 있어 이 교수가 속한 진영은 고려 요소가 못 된다. 오직 사실만이 중요하다.
이종찬 광복회장 등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뉴라이트'에 속한 인물이라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김 관장이 "대한민국이 1945년 8월 15일 광복됐다며 그게 광복절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1948년 8월 15일에 정부를 세우게 되는 것부터 대한민국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는다. 김 관장의 발언은 사실과 판단이 섞여 있다. 광복절이 처음 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것에서 시작돼 해방기념일로 변천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시작점을 1948년 8월 15일로 볼 것인지, 1919년 임시정부 수립으로 볼 것인지는 개인적 '판단'이다.
이종찬 회장은 삼한갑족 명문가의 후예로 조부 이회영과 그 형제 세대의 독립 투쟁은 한국형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범으로 회자된다. 조선시대 같았으면 후손 몇 대는 조상 음덕만으로 먹고살 만큼 대단한 집안이다. 이 회장도 덕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니어서 박정희 정부에서 중앙정보부 간부를 지내고 5공 첫해 국가보위입법회의 위원이 된 전력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 4선, 국가정보원장을 거쳐 광복회장까지 하고 있다. 그를 독재정권에 부역했다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 그는 남에게는 엄격하다. 광복의 진정한 의미가 정부 수립에 있다는 개인 판단을 문제 삼아 '뉴라이트'로 몰아세우고 '밀정설'까지 주장한다. 광복회와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면 세상에 진리는 주자학 하나이고 이를 의심하면 사문난적으로 내치는 조선조 유학 탈레반을 보는 것 같다.
난폭과 억지, 큰 목소리로 정의를 세우던 시대는 1948년 대한민국이 건립되면서 끝났다. 내 가슴을 뜨겁게 하는 조국은 바로 그 대한민국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뉴라이트나 밀정 소리를 들어야 한다면 기꺼이 듣겠다.
[노원명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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