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육성 회고록’ 출간…생생한 음성에 표정도 볼 수 있다
“유일한 자전적 기록…민주주의를 위한 교과서”
김대중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서거 15주기를 맞아 그의 개인사는 물론 사상과 철학을 육성으로 기록한 마지막 자서전 ‘김대중 육성 회고록’이 13일 출간됐다. 구술 기록을 진행한 김대중도서관은 이날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 5층 집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책이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에 관해 설명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양재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장,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김성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후원회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참석했다.
책은 김대중 대통령이 퇴임한 후 지난 2006년 7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이 41회 42시간26분 동안 진행한 김 전 대통령과의 구술 인터뷰 전체를 오롯이 담았다. 출생에서 정계 입문, 목숨을 건 민주화투쟁, 네번만에 당선된 대통령 선거, 아이엠에프(IMF)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생애사 전체에 대해 다룬다. 류상영 전 김대중도서관장을 비롯한 김대중도서관 사료팀이 일주일 전에 인터뷰 질문을 보내고,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이 써놓은 기록 등을 꼼꼼하게 살펴 사실에 기초해 답변이 이뤄졌다. 이 모든 과정은 동영상으로도 기록됐다. 책 장마다 큐알(QR) 코드가 있어 김대중도서관이 보유하고 있는 관련 영상 자료까지 볼 수 있는데, 김 전 대통령의 숨결 하나하나와 음성, 표정까지 모두 볼 수있다.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사기록을 중시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다른 철학과 역사의식 덕분에 가능했다. 김성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후원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을 때 역대 정부의 기록물이 없다는 점에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당시 통치사 비서관을 두고 법을 만들고 모든 것을 공과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기록하도록 했는데 그만큼 역사 기록을 강조하셨던 분”이라고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수첩을 두개 갖고 다니며 공적 기록, 사적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김성재 김대중도서관후원회장은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이나 자서전을 생전에 쓰게 되면 찬양이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사후 회고록이나 자서전이 나오길 원하셨다”며 “서거 15주기를 맞아 이렇게 육성 회고록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대중도서관이 진행한 구술 기록은 김 전 대통령 사후에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전집’에 부분적으로 활용됐고, 이번 ‘육성 회고록’에 전체를 담은 것이다.
육성 회고록을 어떤 형태로 출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양재진 김대중도서관장은 “보고서 방식으로 학술 자료식으로 공개를 해야할 지, 보다 대중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교양서 형식으로 공개할지 고민하다가 많은 국민이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박명림 전 관장과 김언호 한길사 사장의 제안에 ‘육성 회고록’을 출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회고록은 다른 자서전이나 기록물들과 달리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김 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말한 그대로를 윤문만 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가치가 있다고 양 관장은 평가했다.
‘육성 회고록’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간담회 참석자들은 이 회고록은 ‘대한민국의 근현대사 교과서’이자 ‘민주주의 교과서’라고 입을 모았다. 이 책을 이미 두번 완독했다는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일제 말기부터 남북정상회담까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우리의 역사”라며 “사형을 당할 뻔하고 각종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것을 극복해내는 인간 김대중의 위대한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 회고록은 청년들에게 한국 현대사를 이해시키고 한국 현대 정치사를 학습시키게 하는 국민적 텍스트”라며 “김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어떻게 헌신했는지 알 수 있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책을 읽으면서 준비하는 정치인 김대중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화와 타협은 없고 반목과 갈등만 있는 오늘날의 정치에 이 책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박명림 연세대 지역학협동과정 교수는 “나라를 경영하는 분들,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공적 결정에 참여하는 분들이 숙독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작고 지엽적이고 사소한 것 갖고 다투기보다 크고 넓게 보고 나라의 이익,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치 지도자 김대중이 알려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품위 있고 수준 높은 언어의 조탁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책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스티븐 호킹과 이웃일 때 찍었던 사진 등 공개하지 않은 사진 10여장을 포함해 64장의 역사적 사진도 실려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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