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유행에 약·키트 품귀 … 치료제 처방 33배 급증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4. 8. 1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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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넷째주 4.2만명 처방
질병청, 대책반 확대 운영
이달내로 치료제 추가 공급
진단키트 주문도 10배 증가
"감기약·해열제 먹어도 돼"
감기약 업체도 생산 풀가동
최근 입원 환자가 약 6배 급증하는 등 전국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13일 서울 성북구 성북우리아이들병원에서 의료진이 어린이 환자 체온을 재고 있다. 연합뉴스

엔데믹으로 한동안 잊혔던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가 다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일단 감염병 위기 단계나 확진자 격리 기준 등을 조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달 말까지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대책반을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에 진단키트 등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약업계도 대비에 나서고 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책반은 현재 1개 반 2개 팀에서 1개 반 5개 단 12개 팀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대책반장 역시 감염병위기관리국장에서 질병청장으로 격상한다. 질병청은 확대된 대책반을 바탕으로 유행 상황 조사 및 분석, 치료제 수급 관리 등에 신속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코로나19 관련 의료계·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14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정례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질병청은 이번 유행이 지난해 여름철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현재 변이 비중이 가장 높은 KP.3에 대한 국내외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중증도와 치명률이 이전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며 "오미크론 유행 이후인 2022~2023년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1% 수준인 만큼 이번 유행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내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는 지난달 둘째 주 148명에서 셋째 주 226명, 넷째 주 475명으로 증가세를 보이다 이달 첫째 주에는 861명으로 급증했다. 일주일 만에 배로 늘어나는 추세를 이어가면서 어느덧 올해 정점이었던 지난 2월 입원 환자 수(875명)에 근접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이미 치료제 등의 품귀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치료제의 주간 사용량은 6월 넷째 주 1272명분에서 7월 마지막 주 4만2000명분으로 33배 늘었다. 한꺼번에 수요가 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치료제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질병청은 이달 내로 화이자 팍스로비드, MSD 라게브리오 등 경구용 치료제를 빠르게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한약사회, 의료계와 소통하며 의료 현장 상황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약사회는 현재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조제 전담 약국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조제 건수 등을 조사 중이다. 경구용 치료제 부족이 예상되는 만큼 처방기준 상향 조정 건의 등을 위한 근거 자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관련 수요가 늘어나는 데 대비해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수요 증가에 맞춰 제품 생산을 늘린 상태다. 오상헬스케어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줄어 재고를 많이 확보해 두지 않은 상태였는데 주문이 갑자기 10배 이상 늘면서 생산량을 빠르게 늘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환자 증가에 감기약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홍정익 질병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증상이 유사하다면 코로나19 치료제가 아닌 감기약을 먹어도 된다"며 "대부분 젊은 층은 일반 호흡기 감염병처럼 해열제 등으로 조절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코로나19 장기 후유증을 뜻하는 '롱코비드' 대응에 돌입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롱코비드 환자 역시 더 늘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롱코비드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신체 이상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코로나19의 장기적인 영향을 규명하기 위한 11억5000만달러(약 1조5751억원) 규모의 '리커버(RECOVER)'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 연구 결과도 나왔다. 크리스틴 어랜드슨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감염학과 교수 연구팀은 13일(현지시간) 롱코비드 환자와 일반 코로나19 환자를 비교한 연구 결과를 의학 학술지 '내과학 회보'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 내 83개 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 1만94명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런 다음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일반 환자 간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간, 신장, 염증, 혈액검사 결과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롱코비드 환자와 일반 환자 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롱코비드 환자를 진단해낼 객관적인 바이오마커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롱코비드 환자 진단법을 찾는 것에 실패했다"면서도 "언젠가 롱코비드에 대한 바이오마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은 롱코비드에 대응하기 위해 2400만파운드(약 421억원)를 투자해 롱코비드 클리닉을 운영 중이다. 진단과 치료, 재활, 아동 서비스, 정신건강 관리 등 폭넓게 환자들을 관리하고 있다.

[김지희 기자 /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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