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5번째 특사···이번에도 ‘국정농단 면죄부 주기’

정대연 기자 2024. 8. 1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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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올해 8·15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여론조작 등 국기문란 사건에 관여한 이명박·박근혜 정부 고위인사가 대거 포함되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반복된 국정농단 면죄부 주기가 사실상 완성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이들을 수사·기소하며 엄벌 필요성을 강조했던 것과 대비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균형’을 맞춘다는 이유로 복권됨으로써 면죄부를 받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반복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2022년 8월 ‘경제위기 극복’이란 기조 하에 이뤄진 취임 후 첫 특사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고 복역하다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복권했다. 당시엔 전직 관료와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자제했다.

윤 대통령은 그해 말 이뤄진 2023년 신년 특사에서 뇌물수수 및 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하면서 국정농단 관계자들에 대한 ‘용서’가 본격화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에 재직하면서 비밀문건을 유출한 혐의인 김태효 현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유죄 확정 2개월 만에 사면을 받았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비롯한 국정원 및 국군 기무사령부·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 관련자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뇌물 사건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사면·복권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관련 사건의 주축들도 무더기로 복권됐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박준우 전 정무수석, 조원동 전 경제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3인방인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등이다. 당시 정부는 “국정수행 과정에서 당시 직책 직무와 관련해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은 주요공직자를 특별사면해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에선 세월호 유가족 사찰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된 소강원 전 기무사령부 참모장이 복권됐다.

지난 2월 네번째 특사에서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사이버사 댓글공작 등 혐의에 대해 잔형 집행면제와 복권을 받았다. 이들은 사면을 앞두고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약속사면’ 의혹이 제기됐다. 사면은 형이 확정돼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을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했다. 세월호 유가족 불법사찰을 지시해 유죄가 확정된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 이명박 정부 때 경찰을 동원한 댓글공작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서천호 전 국정원 2차장 등도 사면·복권됐다.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국정농단 책임자들에 대한 면죄부 주기가 사실상 완성됐다. 윤 대통령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조윤선·현기환·안종범 전 수석, 강신명·이철성·조현오 전 경찰청장을 비롯한 전직 경찰 고위직 등을 사면·복권했다. 이들은 국가기관을 동원해 선거 개입·여론 조작·불법 지원 및 지원 배제 등 국기문란 범죄를 저질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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