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박재홍 "마라토너처럼 한눈팔지 않고 진중하게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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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토너가 길가에 핀 꽃이 예쁘다고 멈춰 서서 구경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연주자도 긴 곡을 연주하면서 감정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새 앨범 '스크랴빈-라흐마니노프'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음악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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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마라토너가 길가에 핀 꽃이 예쁘다고 멈춰 서서 구경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연주자도 긴 곡을 연주하면서 감정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됩니다."
새 앨범 '스크랴빈-라흐마니노프'를 발매한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이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영체임버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신의 음악 철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앨범 '스크랴빈-라흐마니노프'는 박재홍이 가장 좋아하는 러시아 음악의 대가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24개의 전주곡'(Preludes)과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수록했다.
장엄하고 비장한 분위기의 두 곡을 앨범에 실은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두 작곡가의 숨은 명곡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박재홍은 "제가 사랑하는 두 작곡가의 유명한 곡들만 대중의 관심을 받는 것이 안타까웠다"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다른 곡들도 대중의 사랑을 받게 하는 것이 연주자로서 사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앨범에 수록한 두 곡은 스크랴빈과 라흐마니노프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를 줬다"면서 "제가 잘못 치면 누가 될까 봐 부담돼 정말 열심히 연습해 녹음했다"고 말했다.
음악에 대한 진중한 소신도 밝혔다. 연주자는 자신이 음악에 유혹되는 역할이 아니라 관객을 음악으로 유혹해야 한다는 격언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박재홍은 "연주자가 마음에 간직하고 싶은 곡들을 연주할 때 그 향에 취하는 순간이 있다. 너무 좋아하다 보니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항상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면서 마라토너처럼 긴 페이스를 참고 연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물다섯살, 이제 막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전문 연주자로서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박재홍은 "초반에는 체력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였지만 점점 무대 위 시간이 행복해지고 있다"면서 "오랜 기간 초심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연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187㎝의 큰 키와 '도'에서 다음 옥타브 '솔'을 편하게 짚는 큰 손을 가진 음악가로도 유명하다. 피아니스트로선 아주 유리한 체격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런데도 박재홍은 "손이 크고 덩치가 큰 것은 부모님에게 정말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라흐마니노프의 곡을 연주하려면 손이 더 커야 한다"고 밝혀 간담회 참석자들을 웃게 했다.
신장 198㎝에 30㎝가 넘는 손을 가진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들이 치기 어려운 옥타브와 음표로 된 음악을 만든 것으로 악명이 높은 작곡가다.
박재홍은 앨범 발매를 기념해 오는 25일 경남 통영 통영국제음악당을 시작으로, 내달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일 울산 울주문화회관, 21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6일 경남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오는 10월부터는 독일 바렌보임사이트 아카데미에서 세계적인 거장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가르침을 받을 예정이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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