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시장의 냉정과 열정 사이…'주식 집중'은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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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엔비디아의 과도한 주가 상승 폭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기대치가 너무 높았습니다. 지속해서 실적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야 하고,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신제품 역시도 더 빠른 출시를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었을 겁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주요 빅테크들의 실적은 견고하게 나타났고, 오히려 메타 등의 기업들은 향후 투자를 더 늘리겠다는 긍정적인 뉴스를 발표하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냉정함 넘어선 하락장…공포는 불필요
향후 주가의 향방은 엔비디아 자체 혹은 향후 챗 GPT의 발전 속도가 관건일 것이라는 전망에 AI 산업의 발전 속도에만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글로벌 주식시장의 큰 조정의 이유는 미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실업률 지표가 쇼크로 나오면서 갑작스러운 리세션 공포로부터 생겨났습니다. 열정이 넘쳤던 주식시장이 갑자기 냉정함을 넘어 본격적인 하락이라는 분위기로 바뀐 것입니다. ‘미국 FOMC가 지난달 금리인하 시점을 이미 놓쳤다’ ‘엔캐리 트레이딩 자금 청산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워런 버핏의 주식 매도가 지속되고 있다’ ‘샴의 법칙에 의한 실업률은 경기침체를 나타낸다’ 등의 말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엔비디아 블랙웰 제품의 생산지연과 시장 공포 지수가 금융위기·코로나19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는 등 악재는 연일 쏟아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AI 산업의 버블은 2000년 초 닷컴 버블과 다르다는 열정에서, 지금은 갑작스럽게 경기침체를 예고하는 지표들로 분석이 바뀐 것입니다. 주식시장의 상승 속도가, 특히 나스닥 및 일부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상승 속도는 매우 가팔랐기 때문에 단기적인 큰 폭의 조정이 언젠가는 나온다는 것은 인지상정이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공포에 빠져서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이라는 정반대의 논리 역시 위험하다고 봅니다. 불과 2년 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됐을 시기에 과거 통계로 미루어 보자면 이미 경기 불황이 왔어야 합니다. 그러나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8%로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지표는 당연히 참고하되 바뀐 경제 상황에서는 항상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 나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호재가 더 많습니다. 다만 주식시장의 상승 속도가 너무 급했기 때문에, 속도 조절을 하고 나면 오히려 시장은 편하게 상승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미국 비제조업 PMI는 51.4로 여전히 비제조업 비중이 높은 미국 경기의 견조함을 보여 주었고요. 경기 우려가 나타났기 때문에 9월 FOMC에는 50bp 금리인하로 적극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금리 버퍼는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글로벌 역대급의 광의 통화량(M2)이 보여주는 풍부한 유동성은 다시금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체력을 갖고 있습니다.
침체 가능성 낮지만…'몰빵 투자'는 자제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지수가 22%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경기는 침체 없이 주식시장은 점진적으로 회복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 큰 하락의 주요 이유는 금융시스템의 붕괴 혹은 제조업의 과잉 재고에서 도래되었다는 점에서 현재는 그 정도의 리스크는 매우 낮을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빅테크의 AI 투자는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메타의 AI 설비투자(CAPEX) 추가 상향 조정 외에도 AMD의 신제품 가세, 애플과 구글 연합의 AI 칩 개발 등으로 AI 제품이 다양해지는 초기입니다. 직전 IT 반도체 사이클과 비교해보면 2018년에는 역사적인 서버 투자의 증가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엄청난 투자를 했었습니다. D램 마진이 60% 중반이 넘었고, 서버는 지속 공급부족(쇼티지)이 날 수 없는 산업이라고 해서 엄청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고마진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었을 겁니다. 앞다투어 투자한 결과 이후 과잉 재고는 어마어마하게 쌓였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소위 레거시 제품이라고 불리는 범용 D램 제품 마진이 30%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AI 반도체 전환투자로 범용 D램 공급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당장에 산업이 재고 과잉으로 인한 위험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올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메타,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이 뛰어드는 투자가 계속 상향되고 그 제품들이 일반기업 및 소비자들의 실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 내년 이후에는 AI 과잉투자 위험이 나타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시스템의 붕괴 역시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각국 금융 기관들의 리스크 대응 속도가 매우 빨라졌고, 준비금 역시 충분한 금액을 선제적으로 쌓으면서 위기에 대비하고 있어 과거보다 위험이 매우 낮아졌습니다. 결국 열정과 냉정 모두 현재까지는 한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열정으로 가기에는 AI 산업의 성장 속도와 기대치가 너무 높아졌고, 냉정으로 가기에는 큰 위험요소가 과거보다는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기에는 소위 주도주라고 불리는 산업의 ‘몰빵 투자’, 혹은 위험 자산인 주식 자산에만 투자 등 집중 투자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위아래로의 변동성이 갈수록 더 커질 수 있어 투자자들이 견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뉴스와 모멘텀만으로 주가 상승이 이루어진 종목이 많았다면 향후에는 시장의 위험이 커졌기 때문에 실적과 고평가 및 저평가 정도를 따져서 투자해야 승률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만큼 투자 난이도가 높아진 것이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적정비율로 섞고, 주식 자산 역시 베타가 큰 주식과 안정적인 주식을 결합해서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합니다. 즉, 투자에서도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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