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보복 다짐한 이란 vs 핵잠수함 띄운 미국…중동 긴장 최고조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중동 지역에 다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며칠 내 이스라엘을 공격할 거라고 판단하고 전투 준비 태세를 강화했다. 이란은 보복 공격을 자제하라는 국제사회 요구를 일축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의지를 내보였다. 다만 이것이 곧 공격 임박 신호인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12일(현지시간) CNBC,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는 24시간 상황을 주시하며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면서 "지난 며칠 동안 방어를 강화하고 대응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중동에 군사력을 늘렸다. 이날 미 국방부 관계자는 잠수함 USS 라분이 중동 지역에 추가 배치됐다고 WP에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54기를 탑재할 수 있는 핵 추진 잠수함 US 조지아함을 중동에 배치했다. 최신 5세대 전투기 F-35C를 포함한 스텔스 전투기 60여대가 실린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 타격 전단도 중동 지역을 향해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에는 이미 구축함 USS 루스벨트와 USS 벌클리, 강습상륙함 USS 와스프, 상륙선거함 USS 오크힐, 상륙수송선거함 USS 뉴욕 등이 배치돼 대기하고 있다.
오스틴 장관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뒤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스라엘을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지역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동 전역에서 미군의 군사력과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이란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높게 본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조정관은 12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상당한 규모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란이)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보복 자제를 요청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정상과 통화했고, 이후 5개국 정상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자제를 촉구했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도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해 갈등 확대를 피해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요청에 이란 외무부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정치적 논리가 부족하고 국제법 원칙에 어긋난다"며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범죄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은 채 나온 유럽 3개국 성명은 뻔뻔하게도 이란이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침해에 대응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자국 수도에서 암살 작전을 펼친 데 대해 서방의 비판이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정부가 이스라엘을 저지할 결심을 굳혔으며 영국·프랑스·독일이 "가자지구 전쟁과 이스라엘의 무장 세력에 맞서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W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무장 정파 지도자들과 비공개 회동에서 (이스라엘 공격에) 신중을 기할 것을 촉구했다며 이란이 전면전을 피하면서도 무력을 과시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가까운 한 소식통은 WP에 "이란은 전쟁을 키우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제한적인 수준의 공격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니예는 이란 신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사건의 배후로 이스라엘이 지목됐으나 이스라엘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자국 본토에서 국빈급 인사가 피살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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