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北의 불가능한 꿈, 등거리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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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중국과 북한 사이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상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회담 이후 "중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지난 7월 초 북한은 방송 송출용 위성을 중국 위성에서 갑자기 러시아 위성으로 바꾸었다.
7월 12일에 주북 중국대사관 행사에 참가한 북한 측 고급 간부는 1명도 없었으며, 27일 정전협정 체결 관련 행사에는 중국대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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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눈치보지 말라"지시 소문
러시아 장기지원 기대하지만
양국관계는 불평등한 준동맹
북한의 등거리 외교는 환상
최근에 중국과 북한 사이가 악화되고 있다는 증상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회담 이후 "중국 눈치를 보지 말라"는 지시까지 내렸다고 한다.
이것은 그저 소문으로 무시할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증거를 보면 중·북 관계가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지난 7월 초 북한은 방송 송출용 위성을 중국 위성에서 갑자기 러시아 위성으로 바꾸었다. 7월 12일에 주북 중국대사관 행사에 참가한 북한 측 고급 간부는 1명도 없었으며, 27일 정전협정 체결 관련 행사에는 중국대사가 참석하지 않았다. 북한 관영 언론을 보면, 중국 관련 보도는 러시아 관련 보도보다 많이 적어졌다. 러시아와 관계를 많이 개선한 북한은 거의 확실히 다시 김일성 시대 30여 년 동안 매우 성공적으로 실시했던 등거리 외교를 할 꿈을 꾼다. 김정은 정권은 대북제재 본격화 이후 원래도 마음속에서 싫어하는 나라인 중국의 지원으로 살았기 때문에 중국 그늘에서 도망칠 꿈을 꾸고, 러시아와의 관계를 비상구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그들의 이러한 희망은 착각에 불과하다. 세계가 많이 바뀌었고, 오늘날 러시아는 중국 영향을 차단하고 북한이 오랫동안 의존할 수 있는 세력이 아니게 되었다. 제일 먼저, 중국과 달리 러시아는 북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2019년에 미국과의 대립이 시작되자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기 시작한 이유는 중국의 전략적인 이익이다. 중국은 북한을 동북3성을 보호하는 완충지대로 보고, 또 미국과의 장기적인 대립 때문에 오랫동안 북한을 지원할 필요가 있었다.
러시아는 그렇지 않다. 크렘린궁 입장에서 북한은 장기적인 가치가 별로 없는 머나먼 나라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러시아는 북한의 포탄을 많이 수입하고 있는데, 현 단계에서 북한은 중국에서 나오는 지원보다 러시아와의 군사물자 거래로 훨씬 많은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러시아가 북한과 경제 교류를 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핵심 이유는 러시아와 북한의 경제가 상호 호환성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제 시장에서 잘 팔 수 있는 물건은 광물이나 수산물인데, 러시아에서 이것들은 수요가 완전히 없다. 포탄 등 군사물자에 대한 필요가 사라진다면, 러시아와 북한 간 무역은 급감할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에 일방적인 지원 대신에 무역을 희망한다. 1960~1980년대 소련과 달리 오늘날 러시아는 북한을 장기적으로 지원할 의지도 능력도 필요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서 나오는 지원금은 생활 수급자 지원금과 비슷하고 러시아에서 나오는 돈은 복권 1등 당첨금과 비슷한 것이다. 복권 당첨금은 잘 써야 하는데, 이러한 당첨금이 다시 생길 확률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복권으로 얻은 돈을 다 쓴 이후에는 수급자 지원금으로 살 때가 다시 올 것이다.
등거리 외교가 어려운 이유가 또 하나 있다. 1960년대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준동맹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준동맹은 불평등한 성격을 띠고 있다. 러시아는 주니어 파트너이며 대중국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 분석가들의 초기 예측과 달리 전쟁과 제재의 늪에 빠진 러시아 경제에서 문제가 별로 생기지 않은 이유는 바로 중국의 태도다. 그 때문에 중국이 러·북 밀착에 대해 불만이 생긴다면 러시아는 중국 뜻대로 행동할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국가이익 입장에서 보면 등거리 외교 부활의 근거는 환상뿐이다. 예측 가능한 미래에 북한은 미국과 제재 해제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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