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버’ 초반 속도감, 느린 이유요?”[편파적인 디렉터스뷰]

이다원 기자 2024. 8.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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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쟁점 셋
1. 초반 속도감, 왜 느린가
2. 후반 블랙코미디, 설정 이유는?
3. 지창욱의 발견에 대해
영화 ‘리볼버’ 한 장면. 사진제공|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리볼버’ 오승욱 감독이 전작 ‘무뢰한’(2015) 이후 9년 만에 돌아왔다. 배우 전도연의 손을 잡고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련된 그림들이 이어지지만 초반 속도감이 꽤 느려 흡인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거기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오승욱 감독은 ‘리볼버’에 관한 편파적인 쟁점 세 가지에 대해 재치 있는 답변을 들려줬다.

‘리볼버’ 오승욱 감독.



■쟁점1. 초반에 느리게 전개된 이유에 대하여

‘리볼버’는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초반 수영이 복수를 감행하기까지 세계관을 세팅하는 데에 오 감독은 엄청 공을 들였다.

“저도 속도감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에 관객들이 다 떨어져 나가면 큰일이니까요. 그런데도 기초를 다져야 하니 간과할 순 없었어요. 액션으로 세계관에 관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는 거고요. 또 어떤 서사 대신 배우들의 연기와 분위기 하나만으로 몰입감을 유지해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주의력을 갖고 집중하지 않으면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편집 때 굉장히 많이 손을 댔어요. 덜어내기도 하고 다시 붙이기도 하면서. 혹시나 졸릴까 봐 정말 두려워하면서 편집했죠.”

‘리볼버’ 한 장면.



■쟁점2. 블랙코미디, 작품 재미 배가했다

이 작품의 백미는 후반에 배치된 블랙코미디다. 등장인물들이 우왕좌왕하면서 벌어지는 촌극이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 이야기가 워낙 무거우니 끝엔 좀 더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연출했어요. 코미디를 본격적으로 찍으려고 한 건 아니고, 상황적으로 웃기고 싶었죠. 나쁜 욕망을 지닌 인간이 휠체어를 밀어야 하는데, 기용된 애들은 아마추어들이고. 그사이 웃기고 황당한 일들이 일어나서 관객들이 실소가 터뜨렸으면 했죠. 그리고 마지막은 ‘수영’의 승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따라갔어요. 이 주인공이 쟁취할 수 있게 이야기를 설계했죠. 처음엔 전도연도 판타지 같다며 당황스러워하긴 했는데, 나중엔 이해하더라고요.”

‘리볼버’ 속 지창욱.



■쟁점3. 지창욱, 낯선 얼굴을 건졌다

이 작품에선 ‘앤디’로 등장한 지창욱의 낯선 얼굴이 눈에 띈다. 영화에서 자주 보지 못했던 터라 신선한 캐스팅이랑 평도 나왔다.

“저도 지창욱의 하나부터 열까지 다 좋았어요. 사실 대본엔 ‘앤디’가 조금 밋밋한 인물이었는데 지창욱의 몸짓과 얼굴이 들어오면서 원래 대본 비중보다 훨씬 뛰어넘었죠. 깜짝 놀랐어요. ‘수영’에게 맞는 장면에선 활처럼 몸이 휘어지는데 그것까지 너무 좋았고요. 할 수만 있다면 여기서부터 속초 앞바다까지 업고 가고 싶을 만큼 좋아하게 됐어요. 그가 이 작품에 들어오면서 영화의 살집이 더 좋아졌다고나 할까요. 얼굴도 마음에 들고, 시원시원해서 더 마음에 들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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