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과정 초6까지 3번 반복하자!” 불안심리 자극하는 의대선행반 광고
일부 학원, 법적 금지된 선행학습 광고
초등 5학년에게 고교 ‘수1’ 가르치기도
‘대치 초등 의대관-중등고등수학 심화를 진심 잘 가르치는 학원, 중등과정 초6까지 3번 반복하자!’
13일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연 국회토론회에서 공개된 초등의대반 모집 안내문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이 만든 안내문으로, 이 학원은 초등 5학년에게 고교 과정인 ‘수1’을 가르쳤다.
1500명 가량의 의대 정원 증원 이후 초등학생에게 고교 과정까지 가르치는 초등의대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초등 의대반’이 전국적으로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적으로 금지된 선행학습 광고를 하며 초등의대반을 홍보하는 학원들도 여럿 있었다.
이날 사걱세가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온라인에서 검색을 통해 초등의대반 홍보물이 발견된 학원은 89곳이었다. 초등의대반을 개설한 학원에서 운영한 선행학습 프로그램은 136개였다. 서울(28곳)과 경기(20곳), 대구(10곳)에서 개설된 초등의대반이 많았다. 서울은 강남구(11곳)와 양천구(7곳)에 초등의대반을 연 학원이 집중됐다. 다만 온라인 홍보 없이 입소문 등으로만 운영되는 학원이 적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초등의대반을 개설한 학원은 조사 결과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사걱세는 중학교 수학까지 선행학습을 해야 초등의대반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서울의 한 학원의 초등의대반에 등록하려면 중3 수준의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 학원의 레벨테스트 과목에는 중3의 수학 9가, 9나가 포함된다. 레벨테스트를 통과하면 ‘수1 기본을 시작으로 수2, 미적분, 기하벡터, 확률과통계, 고급수학’까지 학원에서 배우게 된다. 하루 4시간, 주 2일 수업으로 수강료는 52만원이다.
이날 국회 토론회에선 사교육 업계의 선행학습반 광고가 학부모의 불안심리를 자극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수 야탑중 교장은 이날 국회토론회에서 “이러다 ‘유아의대반’을 넘어 ‘태교의대반’ 상품도 곧 나올 것 같다”며 “‘안 하면 그만이지’가 안 된다. 옆집 아이가 하고 친구들이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는 것은 쉽지 않고, 불안해서 결국 뭔가 하게 된다”고 했다.
현행 법령상 선행학습 광고는 금지된다. 공교육정상화법은 학원이 선행학습을 광고하거나 선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처벌 규정이 없어 비정기적인 정부나 시도 교육청의 단속만 이뤄질 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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