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 철거 논란

이준희 기자 2024. 8. 13.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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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가 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는 계획을 세우자, 지역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참여연대 등 5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3일 오전 9시30분 동두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병관리소는 보존가치가 큰 근현대문화유산"이라며 "동두천시는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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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성병관리소. 이준희 기자

경기도 동두천시가 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로 격리수용했던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는 계획을 세우자, 지역시민단체 등이 즉각 반발했다.

동두천시는 13일 오후 동두천시의회에서 열리는 제2회 추경 사전 설명회에서 시의원들에게 예산안에 관해 설명했다. 이날 시가 공개한 예산안에는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옛 성병관리소 철거 예산도 포함됐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관련 부서가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액수 등이 잡힌 것은 아니”라고 했다.

시가 성병관리소 철거 예산을 2차 추경에 포함하며 본격적으로 철거 계획을 세우자,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참여연대 등 5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3일 오전 9시30분 동두천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병관리소는 보존가치가 큰 근현대문화유산”이라며 “동두천시는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대위는 시의회에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요구했다. 안김정애 공대위 대표는 “국가가 안보라는 이름으로 군사정권하에서 여성 인권을 철저히 유린하고, 군사적인 목적에 의해 그들에게 위안부 역할을 맡긴 것이 동두천시에 있는 성병관리소”라며 “독일이나 폴란드는 홀로코스트 같은 많은 역사적 현장을 없애지 않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 교육을 위해 남기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동두천시의회가 역사적 의미와 미래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의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3일 경기도 동두천시 동두천시의회 앞에서 옛 성별관리소 철거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대위 제공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98년까지 국가가 운영한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다. 당시 정부는 1961년 제정된 윤락행위등방지법에도 불구하고 미군 기지 반경 2㎞ 등을 ‘특정 지역’으로 규정해 성매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곳 종사 여성을 상대로 성병 검사를 한 뒤 성병보균자 진단을 받으면 페니실린을 투여하면서 완치판정 때까지 이들을 성병관리소에 가뒀다. 앞서 2022년 9월 대법원은 이런 기지촌 여성들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동두천시는 지난해 3월 민간 소유였던 이곳 성병관리소 부지를 매입했다. 박형덕 동두천시장은 지난 5월 “성병관리소의 역사적 가치와 철거·개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면밀히 검토해 방치된 성병관리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1인 시위 등에도 불구하고 관련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고, 시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로 철거 예산부터 추경에 포함했다. 공대위는 시가 소요산 관광 개발을 위해 성별관리소를 폐지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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