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셀럽’ 이후 10년, 경청하는 상담가 ‘서장훈’은 ‘남자 오은영’을 향한다[스경X피플]
서장훈의 방송가에서의 위치는 독특하다. 그는 농구선수로 경력의 정점을 찍고 은퇴한 후 2014년 ‘서셀럽’이라는 이름으로 방송가에 등장했다. ‘무한도전’에서 “연예인이네”라고 하는 멤버들의 놀림에도 그는 꿋꿋이 “방송을 좀 도와주는 것”이라며 연예계 데뷔를 극구 부인했다.
이후 10년, 이제 그 역시 그가 연예인임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의 위치는 다른 곳에 있다. 그도 물론 상황극을 하고 야외 버라이어티를 하고 심지어는 분장도 하지만, 서장훈은 큰 키를 하고 스튜디오의 뒤에 팔짱을 끼고 앉아 프로그램을 주로 바라본다.
하는 이야기도 보통 듣기 좋은 이야기는 아니다. 쓴소리가 대부분이고, 때로는 정확한 지적이나 분석이다. 그는 JTBC ‘아는 형님’에서도,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도, SBS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도 이런 직설적인 화법을 쓴다.
그의 이러한 조언이나 지적이 가장 잘 먹혀드는 곳이 최근 번성하고 있는 이혼 관련 예능이다. 지난 4월 JTBC의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는 화제가 됐다. 그 역시 조언가이기에 앞서 2009년 결혼해 3년 만에 이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일럿 방송 당시 ‘이혼숙려캠프:새로고침’에서 서장훈의 조언은 울림이 있었고, 특유의 직선적인 태도와 더불어 화제가 됐다. 이 프로그램이 2개월여의 정비기간을 거쳐 JTBC에서 정규 편성됐다. 서장훈은 다른 출연자 박하선, 진태현과 함께 13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서장훈은 이번에도 ‘호랑이 소장’을 자임한다. 그는 역시 매운맛 일침으로 유명한 이호선 상담가와 함께 이혼 위기 부부들을 환기할 다양한 조언을 준비했다. 여기에 박하선과 진태현이 각각 아내와 남편 측을 공감하고, 거울치료를 위한 연기력까지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확보한다.
자연스럽게 이혼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조언가의 이미지가 있어 그에게는 ‘남자 오은영’이라는 별칭이 붙게 생겼다. 당장 지난 12일 MBC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에서 오은영 박사가 “‘남자 오은영’이 아닌 이상 부인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일침한 부분을 통해 ‘남자 오은영’의 존재는 이혼 프로그램의 궁금증이 됐다. 서장훈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유력한 이름이다.
서장훈은 “프로그램은 위기에 처한 부부들이 마지막으로 생각해보고, 본인들의 시각 말고도 다른 시각으로도 봤으면 하는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사실 이분들은 저희가 보면 제대로 된 이야기를 지금까지 듣지 못한 분들인 경우가 많다. 부부들의 문제에 대해 본인들이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정성 있게, 제 가족이나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처럼 하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으로 내 일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 오은영’이라는 호칭에 대해서도 “본의 아니게 상담이나 조언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하게 됐는데, 오은영 선생님은 정말 대단하신 선생님이자 전문가시고 제가 이야기되는 것은 실례”라고 말하면서 “다만 다른 분들과 다른 톤, 이야기하는 방향이나 그런 부분이 사석에서 친한 지인을 만났을 때처럼 현실적인 것을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장훈 역시 출연자들과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점에 중점을 두면서, 최대한 이혼 위기의 부부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보살이든, 형님이든, 소장이든 서장훈은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끄집어내 다른 사람을 돕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고, 큰 키와 더불어 그러한 성격으로 자신의 예능 캐릭터를 형성하고 있다. ‘서 셀럽’의 시대는 어느새 지났다. 서장훈은 경청하고 진심으로 조언하는 상담가로서 성장 중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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