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의 눈물…"권투 선출 어르신에 안 맞으면 다행"

구무서 기자 2024. 8. 13. 16: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회서 '장기요양제도·요양보호사' 관련 토론회
"바닥 앉은 채 대소변 보기도…뒤처리 하면 녹초"
"공공기관 30%는 돼야…일자리 개선 필요하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지난 6월2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16주년 요양보호사의 날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공공성 강화 및 장기근속장려금 확대 등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2024.06.25.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권투 선수 출신이라고 자랑스럽게 말씀하는 남자 어르신이 있어요. 목욕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요양보호사 2~3명이 매달리는데 안 맞으면 다행이에요. 안 맞아본 사람은 일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죠"

고령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이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 등 돌봄 노동자들의 인권과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오후 국회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백혜련·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 공동대책위원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주최하고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관하는 '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 강화와 요양보호사 노동권 보장을 위한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 증언에 나선 배운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울산동구노인요양원 분회장은 권투 선수 출신 고령층에게 돌봄을 제공한 사례를 공개했다.

배 분회장은 "주 1회 목욕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요양보호사 2~3명이 매달리는데 안 맞으면 다행이다. 어르신에게 안 맞아본 사람은 일을 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모두가 이날 근무 일정, 근무 시간이 돼있지 않기를 바란다. 관리자는 '선생님들이 잘 해 주세요'하고 현장을 떠난다"고 말했다.

또 배 분회장은 "요양보호사가 어르신을 폭행하는 CCTV 동영상은 방송을 통해 방영되는데 어르신에게 폭언·폭행 당하는 요양보호사 모습은 방영된 적이 있나"라며 "시설 경영자는 요양보호사가 당하는 모습을 당연한 듯이 얘기하고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고 보호자에게 알려도 '치매라서 그럴 것',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게 주된 답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 어르신은 바닥에 앉은 채 대소변을 보는데 자기 몸에 손을 대면 폭행을 하며 가만히 있지 않아 1명은 붙잡고, 다른 1명은 케어를 위해 준비를 한다. 폭언과 폭행을 받으면서 어르신을 침실로 옮겨 케어를 하고, 바닥과 침실 대소변 흔적 뒤처리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된다"고 했다.

그는 노인 인권에 대한 법정 의무 교육 시간은 있지만 요양보호사 등 시설 종사자 인권 교육 시간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현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의료연대본부 시립중랑요양원 분회장은 "하루에도 수십 번 어르신 체위를 변경을 하고 프로그램이나 화장실 이동, 어르신 요구에 따라 휠체어 착석을 하는 상황에 100㎏이 넘는 어르신들을 휠체어 착석 시에는 온 몸, 손목, 허리 통증으로 휠체어 착석 후 한참은 멍 한 상태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 분회장은 "병가가 있다고 해도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면 쉴 수가 없다"며 "산재도 마찬가지다. 기관에서 산재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지만, 대부분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요양원 특성상 어르신들의 케어를 하면서 결핵, 옴, 피부병 등 각종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장기요양제도 공공성 강화 및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제로 발제한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에 따르면 2023년 2만8366개 요양기관 중 지자체에서 설립한 요양기관은 1%인 270개에 불과했다.

지자체에서 설립한 요양기관의 경우 67%는 주휴수당, 47%는 휴일수당, 40%는 별도 연장 근로 수당이 있었지만 이 비율이 개인 설립 기관은 57.8%, 25%, 14.6%에 그쳤다.

또 지역별로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도시는 68%가 인력 채용의 어려움을 나타낸 데 반해 농어촌 지역은 82.9%까지 증가한다.

남 소장은 "공공 요양기관이 더 확충돼야 한다는 점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어느 정도 비율이 돼야 할까에 대해서는 다각도의 검토가 필요하다"며 "표준 운영 모델 역할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민간기관을 견인할 수 있을 정도의 유형 설정자 역할을 하기 위해 적어도 30%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민간기관에 대한 공공의 관리·지원·규제 강화, 돌봄 서비스 기관 진입·퇴출 심사 강화, 표준 임금 체계 마련, 고용 개선, 인권 침해 방지 대책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찬미 전국요양보호사협회장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이 있어도 업무를 꺼려함으로써 발생하는 인력 수요공급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일자리 개선이 필요하다"며 "구조적 고용불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한 최소노동시간 보장, 이용자 및 가족에 대한 노동인권 교육 의무화, 장기근속장려금 제도의 개선 등 노동권 보장 방안은 요양현장의 인력난을 해결하고, 질 높은 서비스 구조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