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는 ‘이재명의 대항마’가 될 수 있을까

박성의 기자 2024. 8. 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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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친노계 ‘잠재적 우군’…PK 기반 지지세 강점
‘90% 당심’ 이재명 지지에…대권 도전 가능성 ‘물음표’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 시 민주당의 ‘플랜B’ 가능성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광복절 복권'에 야권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른바 '친문(親문재인)-친노(親노무현)'의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가 '이재명의 경쟁자'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다. 김 전 지사가 올해 말 귀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가 비명(非이재명)계의 새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혹은 세 규합에 실패한 '이낙연의 길'을 걷게 될 지를 두고 엇갈린 분석이 나온다.

2021년 6월16일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와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상남도·경기도·경남연구원·경기연구원 공동협력을 위한 정책 협약식'에 참석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면 이어 김경수에 '대권 길' 열어준 尹 대통령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석방된 김경수 전 지사가 광복절을 맞아 복권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13일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은 제35회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특별사면·특별감형·특별복권 및 특별감면조치 등에 관한 건'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이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최종 결정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여당 중진들이 '국민 눈높이'와 '반성 없는 태도' 등을 거론하며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강하게 반대하면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및 복권' 의결 약 1시간 만에 이를 재가했다.

이로써 김 전 지사는 향후 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독일에 머물고 있는 김 전 지사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에 따른 복권 여부와 관계없이 당초 계획대로 올해 11월 말이나 12월 초 귀국할 것으로 전해졌다.

복권이 결정되자 김 전 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재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저의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복권에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적었다. 이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이재명 "환영"…비명계 세 규합엔 '물음표'

김 전 지사의 복권이 결정되자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자신의 SNS에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적었다. 앞서 이 후보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을 자신이 대통령실에 요청한 결과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내에선 미묘한 긴장감도 감지된다. 친명(親이재명)계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 대표의 반대에도 '김경수 복권'을 결단한 속내를 의심하는 모습이다. 김 전 지사를 앞세워 야권의 분열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친명계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6일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출연해 김 전 지사의 복권 가능성에 대해 "(야권 내) 분열의 기미가 있을 때 여권에서 김 전 지사 복권 카드를 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 전 지사가 당의 비주류가 된 비명계의 새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 '이재명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를 두고는 정치권 내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은 김 전 지사를 '이재명의 경쟁자'로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지난 총선에서 거야가 압승하면서 이 후보를 둘러싼 '리더십 물음표'가 상당 부문 불식됐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된 이 후보의 당내 지지율만 90%에 육박한다. 당 지도부 역시 친명계로 전원 재편된 상황에서 비명계가 새로운 세력으로 움틀 '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셈이다.

또 지난 총선을 통해 비명계가 대거 원외로 밀려난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이 후보와 각을 세울 시 '이낙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란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현 시점에서 이 대표의 압도적 인기를 뛰어넘을 만한 마땅한 분기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시사저널과 만나 "총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대표를 향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며 "지금은 이재명을 중심으로 뭉쳐 윤석열 정부와 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2022년 12월28일 오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 후 남긴 방명록 ⓒ연합뉴스

PK·친문계 잠재적 우군…'포스트 이재명' 가능성도

다만 김 전 지사가 '이재명의 플랜B' '포스트 이재명'으로 부상할 가능성은 당내 계파를 막론하고 거론된다. 이 후보가 받고 있는 재판 중 하나라도 1심 유죄 확정판결이 나온다면, 그 대안으로 '김경수 카드'가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당내 비주류가 된 친노‧친문 진영이 김 전 지사를 구심점 삼아 '주류화'를 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 후 비서관을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지칭돼왔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전 대통령 당선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 등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5월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전 지사가) 필요하다면,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된다면 해야 된다고 늘 생각한다"며 "정치인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불려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PK(부산‧울산‧경남) 기반의 지지층, 문 전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김 전 지사의 강점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김 전 지사는 친노와 친문 지지층을 언제든지 등에 업을 수 있고, PK라고 하는 지역적 기반을 안고 있다"며 "김 전 지사의 '드루킹 사건' 복역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때문이므로 문 전 대통령과 지지층은 정치적으로 김 전 지사에게 부채를 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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