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공분 커지자 뒤늦게 배터리 업체 공개···“모든 전기차 무상점검”

김준 기자 2024. 8. 1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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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가 13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차량의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하고 전기차 무상점검 계획을 밝혔다. 사고가 난 지 12일 만으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커지는데도 늑장 대응을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5일 인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 현장에서 합동 감식을 마친 경찰이 화재가 발생한 벤츠 전기차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했다. 그동안 벤츠 코리아는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상황은 언급하기 어렵다’며 배터리 제조업체 공개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벤츠 불매 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원성이 터져나오고,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자국 경쟁 업체인 BMW코리아까지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하자 이날 뒤늦게 배터리 제조업체를 공개했다.

벤츠코리아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인천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 EQE 350은 중국 업체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했다. 또 고성능 차량인 AMG EQE 53 4MATIC, EQE 350 4MATIC, EQE 500 4MATIC SUV, EQS 350에도 파라시스 제품이 장착됐다.

벤츠는 이보다 상위 모델인 EQS 450, EQS 450 4MATIC, EQS 53 4MATIC, EQS 450 4MATIC SUV, EQS 580 4MATIC SUV, 마이바흐EQS 680 SUV에는 세계 1위 업체 중국 CATL 배터리를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차량 가격이 비싸거나 안전을 좀 더 강조하는 고급 모델에는 배터리 부문 글로벌 1위 업체인 CATL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다.

파라시스는 글로벌 출하량과 매출 기준 10위권 업체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는 파라시스 배터리가 CATL 배터리보다 가격은 싸지만 안전성 등 품질 면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파라시스 배터리는 중국 현지에서도 안정성 문제로 리콜이 된 적이 있다. 2021년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는 파라시스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EX360 등 3만여대를 화재 위험 등의 이유로 리콜했다.

벤츠코리아는 “모든 벤츠 전기차 배터리는 벤츠가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서 생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배터리 셀의 경우 중국에 있는 제조업체에서 생산되지만, 모듈이나 패키징 작업은 100% 벤츠 자회사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벤츠코리아는 14일부터 전국 75개 공식 서비스센터를 통해 벤츠 전기차에 대한 무상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대상은 벤츠코리아가 판매한 모든 전기차다.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 외에 CATL 등 다른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도 무상점검을 받을 수 있다. 서비스센터를 찾은 전기차는 배터리 이상 유무, 충전 기능 정상 여부 등을 점검받게 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 7월까지 벤츠코리아가 한국 시장에 판매한 전기차는 모두 1만7223대다. 이 가운데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5582대로, 벤츠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32%가량을 차지한다.

이날 정부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전기차 화재 관련 차관회의를 열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전기차 배터리 정보를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특별 무상점검을 하도록 권고키로 했다.

아울러 정부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주민들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긴급점검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업계·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다음달 전기차 화재 예방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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