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법 ‘與野 합의안’ 나왔다…통과땐 내년 ‘부지선정절차’ 돌입
2060년까지 최종처분장 개시
野 “합의안대로 법안 처리 예정”
부지선정 작업에만 꼬박 13년
“지금도 늦은 법안, 처리 시급”
[세종=이데일리 강신우·김형욱 기자]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법)이 이르면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전망이다. 야당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간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사실상 ‘여야 합의안’으로, 핵심 쟁점이던 부지내 저장용량 등을 모두 해소했다. 이로써 비쟁점법안이 된 고준위법이 조만간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김성환(3선·서울 노원구을) 민주당 의원은 이날 고준위법을 같은 당 의원 28명과 함께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발의 배경으로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원전에 대한 찬반을 떠나 원전을 사용한 우리 세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숙제라는 책임감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법안의 핵심은 여야간 핵심쟁점이던 부지내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의 발생량’으로 제한했다. 또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뒀다. 이 위원회에서 방폐물 관리와 부지선정 절차 등의 업무를 맡는데, 독자적으로 수행토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내용은 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고준위법 21대 국회 여야 합의안과 내용이 모두 일치한다. 김 의원 측은 “이번에 발의한 법안은 지난 국회에서 여여가 합의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한 최종안을 정리한 것으로 여야 합의안과 내용이 같다”며 “(비쟁점법안이어서)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고준위법 처리의 마지막 키를 쥔 인물이었다. 그는 원전 설계수명인 40년 어치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노후원전이라도 안전성 검토를 거쳐 수명연장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입장이 대치했다. 법안 내용도 여야가 각각 ‘운영허가 기간 중 발생량’과 ‘설계수명 중 발생량’으로 명기했다.
법안이 쟁점화하면서 결국 양당 원내지도부에서 이를 조율하기로 했다. 지도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문제는 원전 찬반을 떠나 현 세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의로 법 처리를 촉구했다. 야당 지도부까지 나서 김 의원을 설득한 끝에 합의안 작성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하고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급반전했고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우여곡절이 많던 고준위법이 통과하면 1972년 국내에서 원전을 처음 상업운전 한 지 52년 만이다. 원전 생태계 전주기를 완성하는 첫 걸음을 떼는 셈이다.
정재학 학국방폐물학회장은 “고리1호기를 첫 가동하고 52년이나 됐다. 고준위방폐물을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고, 법적 근거가 고준위법인데 이미 많이 늦었다”며 “유럽연합(EU)에선 2011년 모든 국가가 고준위 처분까지 국가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했다. 우리도 서둘러 법 제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선무가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위한 부지 선정작업이다. 이는 전문가 등 9명으로 구성되는 고준위위원회에서 맡는다. 법에 따라 2060년 이전까지 고준위방폐물처분시설을 설치해야하는 데 이를 위해 5년마다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해야 한다. 이 계획에는 방폐물 발생현황부터 관리시설 부지선정, 투자계획까지 포함하고 공론화해야 한다. 부지선정은 지자체 및 의회동의로 유치의향서 접수하고 문헌조사 후 실제 물리적 조사와 만족 시 주민투표 통해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에만 꼬박 13년이 걸린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법이 통과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최종 처분장 설치를 위한 부지선정 작업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국가 차원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를 위한 지배구조와 국내외 택소노미 등 바람직한 정책 방향과 전략이 담보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신우 (yeswh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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