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 김경수, 민주당 ‘게임 체인저’ 될까, ‘불쏘시개’ 그칠까

엄지원 기자 2024. 8. 1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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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얻으면서, '이재명 일극 체제'로 굳어가던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역학에 미세한 균열이 예고된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확고히 구축된 당내 질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기다려온 친문·비이재명계의 기대감은 커 보인다.

친이재명계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큰 변수는 되기 어렵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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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5주기 추도식 당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한겨레 자료사진

‘광복절 특별사면·복권’으로 친문재인계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정치적 재기의 기회를 얻으면서, ‘이재명 일극 체제’로 굳어가던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역학에 미세한 균열이 예고된다. 그의 등장으로 당내 권력구도가 당장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지리멸렬 상태이던 친문·비주류의 구심으로 기능하며 차기 대선까지 이재명 전 대표의 ‘견제마’ 구실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당 일각에 존재한다.

김 전 지사는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사면·복권안을 재가한 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저의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고 덧붙였다. 2019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았던 만큼, 복권이라는 새로운 기회 앞에 거듭 반성과 성찰을 강조하며 몸을 낮춘 것이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쪽은 김 전 지사가 ‘범죄도 인정 않고 사과도 안 하고 있다’며 복권에 반대 의견을 냈다.

애초 2027년 12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던 김 전 지사는 이번 복권으로 언제든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있게 됐다. 빠르면 2026년 지방선거나 재보궐 선거에 나갈 수 있고 2027년 3월 열릴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확고히 구축된 당내 질서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가 판을 흔드는 ‘게임체인저’가 될지, ‘불쏘시개’ 구실에 그칠지를 두고는 당 안팎의 의견이 갈린다.

김 전 지사의 복권을 기다려온 친문·비이재명계의 기대감은 커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날 “더 단단하고 더 깊어진 김경수 전 지사의 역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는 입장을 냈고, ‘노무현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이광재 전 의원은 “갈라진 대한민국이 새롭고 하나되는 나라로 나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현재 독일 에버트재단 초청으로 독일에 연수차 머물고 있다. 그는 복권 뒤에도 올해 말로 예정된 연수 종료 시점까지 하던 공부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당내 비주류 일각에선 이 전 대표 앞에 줄줄이 놓인 재판 결과에 따라 김 전 지사가 예정보다 일찍 등판할 수 있다고 계산한다.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재판은 이르면 10월에 선고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친이재명계에선 김 전 지사의 복권이 큰 변수는 되기 어렵다고 본다. “김경수는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후광에 기댈 뿐 본인의 정치적 가능성을 보여준 적이 없다”(친명계 의원)는 것이다. 물론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이 전 대표에게 김 전 지사가 ‘페이스메이커’ 구실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김 전 지사의 등장이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사당화’·‘독주’ 프레임을 덜 도드라지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김 전 지사 같은 이들이 이 전 대표와 내부적으로 경쟁하며 대선 레이스를 좀 달아오르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후보는 다양하고 많을수록 좋다”고 말한 이 전 대표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어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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