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일주일 만에 러시아 28개 마을 장악···“러시아, 당혹스러워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 국경을 넘으며 공세를 시작한 지 7일 만에 러시아 28개 마을을 장악하는 등 빠른 속도로 진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긴급회의를 세 차례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방어 ‘골든 타임’을 놓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선전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2일(현지시간)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인근 노보 오가료보에서 접경지 상황을 공유하기 위한 화상 회의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이 본토 피습과 관련해 직접 주재한 회의는 지난 7일·9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알렉세이 스미르노프 쿠르스크주 주지사 대행은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40㎞ 전선에 걸쳐 러시아 영토 안 12㎞까지 진입했으며, 총 2000여 명이 사는 28개 마을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푸틴 대통령은 “군이 평가할 문제”라며 말을 자르고 현지 사회·경제 상황과 주민 지원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필로 작성한 메모를 읽으며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도발로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면서 “적은 분명 합당한 대응을 받을 것이고, 우리가 직면한 모든 목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차후 평화(휴전)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러시아군의 자국 영토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 이번 지상전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참모회의에서 러시아 영토 약 1000㎢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6일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주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병력을 지원했지만, 일주일이 되도록 우크라이나군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 주민 13만3000여명이 피란길에 나섰다. 전날에는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냉각탑에서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러시아 본토로 진군할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가 허술하게 대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우크라이나도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본토 지상작전이 장기화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 군사전문가인 블라디슬라프 슈리긴은 텔레그램 채널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관료적 경직성을 이용해 민감한 사회기반시설과 민간인에 대한 끊임없는 예상치 못한 공격으로 러시아를 지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공세 초기에 러시아군은 인력이 부족해 전투기와 헬리콥터만으로 방어했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 매슈 새빌 군사과학책임자는 “(러시아가) 심각하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며 “영토 상실과 민간인 대피는 러시아에 ‘자신들을 방어할 수 없다’는 증거로, (자국에) 좋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벌이고 있는 지상작전의 목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국제사회의 관심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끌어오고, 향후 러시아와의 휴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서방에서 나오는 ‘무기 지원 회의론’을 타파하기 위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략이라는 견해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공세에 미국·독일 등에서 지원받은 장갑차를 사용하고 있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국경을 넘어 공격하면 푸틴 대통령을 축출할 수 있다며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호소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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