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값 주무르는 영업 비밀,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라”

옥기원 기자 2024. 8. 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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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라."

비영리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지 않은 한국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보 비공개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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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솔루션, 전력거래소 상대 행정심판 제기
기후솔루션이 한국전력거래소를 상대로 발전사별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라는 내용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진은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클립아트코리아

“전기료 인상에 영향을 미치는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라.”

비영리 환경단체인 기후솔루션은 ‘영업 비밀’이란 이유로 정산조정계수를 공개하지 않은 한국전력거래소를 상대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정보 비공개를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심판을 제기했다고 13일 밝혔다. 여러 발전원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한국전력(한전)은 정산조정계수를 활용해 원전 및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전력거래 대금 정산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확산 등 에너지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취지다. 그간 정산조정계수에 대한 비판은 많았으나, 행정심판까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원전, 석탄, 천연가스 등 다양한 발전원들에 시간대별 가장 비싼 발전비용인 계통한계가격(SMP)을 적용해 전력을 구매하는데, 거래 대금을 정산할 때 사업자별로 서로 다른 계수를 적용한다. 이 정산조정계수는 애초 비교적 발전단가가 싼 석탄화력발전에 초과이익이 집중되는 걸 막기 위해서 도입됐다. 예컨대 정산조정계수가 1에 가까우면 한전이 부담할 금액이 커져 발전사 이익이 커지고, 0에 가까우면 한전 이익이 줄어드는 원리다. 정산조정계수는 전력거래소 산하 비용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문제는 발전사별 정산조정계수와 이를 결정하는 절차 등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솔루션은 “비공개 비용평가위에서 정부 정책 기조나 한전 및 발전자회사 사정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하는 정산조정계수가 한전 및 발전자회사의 재무실적을 임의로 조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투명하지 않은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은 결국 전기 구매 시장을 왜곡해 전기요금 인상의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도 발전공기업 이익 보전을 위해 정산조정계수를 의도적으로 높여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전력거래소 쪽은 “발전사의 경영·영업상 비밀 때문에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 등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민간발전사업자 관계자는 “발전사별 정산조정계수를 정하는 과정에 내부 경영지표와 운영 현황 같은 다양한 근거자료 등이 반영되는데 이런 자료들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뜻보다는 발전사들이 정산조정계수 공개를 원치 않은 점이 비공개 사유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석탄발전 비용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환경이 조정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특정 이해관계자만 참여하는 비용평가위원회 구성 및 불투명한 정산조정계수 결정 과정 등은 한전이나 한전 지분이 있는 발전사업자에 불공정한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며 “화력발전뿐 아니라 민간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공정하게 경쟁하는 전력 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투명한 가격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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