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 대란이 또?…가격 4배 뛴 진단키트 구하려 약사도 티켓팅

최지은 기자 2024. 8. 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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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만에 입원환자 수 최다…마스크, 해열제 수요도 급증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3일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판매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KP.3'(케이피쓰리) 검출률이 높아지며 재유행하는 가운데 휴가기간이 끝나는 이번달 셋째 주 환자 수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질병청은 치료제 사용량이 늘자 공급량을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4.8.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코로나19(COVID-19) 진단키트 품절이에요. 50개 있던 물량이 일주일새 동났어요."

13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의 한 약국 관계자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대문구 일대 약국 5곳을 확인한 결과 1곳을 제외하고 진단키트는 모두 품절이었다.

다른 약국 약사 A씨는 "도매상에서 진단키트를 구매하는데 티켓팅 하듯 선착순으로 구매한다"며 "평소엔 1분이면 물량이 소진되고 모처럼 물량 제한이 없는 날에는 주문이 몰려서 서버가 마비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약국과 편의점에서 진단키트 품귀 현상이 다시 극성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861명으로 지난 2월 첫째주 이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7월 첫째주와 비교하면 9.5배 늘었다.

약사 B씨는 "지난달까지 하루에 1~2개 정도 팔리던 진단키트가 이달 들어 하루에 20개 정도 팔린다"며 "도매가로 1000~2000원 정도 하던 가격도 지금은 5000~6000원 정도로 4배 넘게 뛰었는데 그래도 물량 구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 재확산으로 진단키트 외에도 방역용품인 마스크나 해열제 등 상비약도 덩달아 수요가 많아졌다. 마트에 진열된 방역마스크./사진=뉴스1

마스크, 해열제 수요도 급증
방역용품인 마스크나 해열제 등 상비약 수요도 덩달아 늘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C씨는 "진단키트는 거의 품절이라고 보면 되고 마스크는 최근 1~2주 사이 판매량이 2~3배 늘었다"고 전했다.

약사 D씨는 "인후통, 해열제 등 관련 상비약을 찾는 수요를 보면 전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3년 전 마스크 대란이 또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코로나19 엔데믹을 선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엔데믹이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변이가 더 잦아 4~6개월 간격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해지며 유행하는 것"이라며 "예전에 맞은 백신이나 코로나19에 걸려 생긴 면역이 변이 바이러스까지 막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위기 단계 조정이 당장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홍정익 질병관리청 감염병정책국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환자 발생 추이나 환자들의 의료 이용 불편 등을 관찰하면서 문제가 있으면 위기 단계를 조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해 대책반 강화를 통해 유행 단계를 통제하겠다"고 말했다.

홍 국장은 진단키트 부족과 관련해선 "그동안 코로나가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사용이 줄다 보니 공급이 줄어진 상황이었고 약국에서 일시적으로 부족 현상을 보이는 것"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확인한 바로는 다시 생산을 늘려서 충분히 공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재유행에 직장인들 '눈치 보기'도 다시 시작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13일 서울시내 한 빌딩 입구에 코로나19재유행 예방수칙 안내문이 붙여있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오미크론의 하위 변종인 'KP.3'(케이피쓰리) 검출률이 높아지며 재유행하는 가운데 휴가기간이 끝나는 이번달 셋째 주 환자 수가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24.8.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직장인들의 '눈치 보기'도 다시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펜데믹 시절과 달리 필수 자가격리가 권고사항에 그치는 만큼 개인 연차를 쓰는 이들이 늘었다.

지난 8일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직장인 장모씨는 "확진 당일은 개인 연차를 썼고 다음날은 재택근무로 일했다"며 "예상치 못한 연차 사용으로 업무가 밀리는 상황이라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압박이 컸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병가 지원이 없어서 하루는 반차를 쓰고 하루는 연차를 썼는데 3일차부터는 출근해서 일했다"며 "컨디션은 평소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입원환자와 중환자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연세가 많거나 고위험군이 모인 요양원 등 감염 취약 시설에는 마스크 착용을 강하게 권고하고 외부로부터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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