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마스크, 진단키트 품귀…코로나 재유행에 '3년전으로'

김예원 기자 김민재 기자 2024. 8. 1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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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선언 후 1년 만에 다시 코로나 활개…일부서 진단 키트 품절
전문가 "초가을까지 재유행 계속될 것…거리 두기는 시기상조"
13일 서울시내 한 빌딩 입구에 코로나19재유행 예방수칙 안내문이 붙여있다. 2024.8.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김민재 기자 = "코로나 걸리면 알바 잘릴까 봐 마스크 써요."

대학생 최 모 씨는 최근 목감기가 오래 지속되자 불안한 마음에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방학을 맞아 학원에서 조교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전염성이 강한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이유로 그만 나오라고 할까 봐서다.

최 씨는 "직장이면 모르겠지만 아르바이트는 회사처럼 휴가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아무리 요새 코로나가 그냥 감기라고 하지만 확진되면 학생들이 불안해해서 검사받으러 왔다. 그냥 몸살감기로 진단받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최근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퇴근하기 시작했다. 최근 재유행하는 코로나19 탓에 감기에 걸려 다음 주 찾아올 여름휴가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까 염려돼서다.

이 씨는 "예전에 코로나19에 걸렸을 때 좀 크게 앓기도 했고, 여름에 감기 걸리면 고생이라 신경 쓰고 있다"며 "운동할 땐 힘들어서 헬스장에서만 마스크를 벗는데 요즘 다시 유행하고 있어서 불안하긴 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6월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 1년여 만에 재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첫째 주 기준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861명으로, 4주 전 대비 5.8배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행하는 변이의 중증도가 특별히 높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대대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개학 등을 맞아 당분간 이런 재유행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13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선 30도가 넘는 폭염 날씨에도 10명 중 3명가량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거리를 걷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인파 밀집도가 떨어지는 장소를 지나갈 때면 손 선풍기 등을 사용해 마스크 안쪽 열기를 식히는 등 더위를 나는 모습이었다.

서울 종각역 인근 학원으로 향하던 대학생 김 모 씨(28)는 "엄마가 오늘 코로나19 판정을 받아서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다"며 "코로나19 환자가 대폭 늘었다고 해서 나도 걸릴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빌딩에서 관리원으로 근무하는 50대 김 모 씨는 "건물 입구에 앉아있으면 최근 기침하면서 들어오는 사람들이 늘어 계속 마스크를 착용한다"며 "코로나 걸려도 사람이 부족해 병가든 연차든 사용이 힘들어 개인이 조심할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단 키트 등을 구매하기 위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직원 김 모 씨(29)는 "같은 건물 이비인후과에서도 20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고, 주위 사람들도 걸리기 시작해서 요새 마스크를 쓰고 근무한다"며 "진단 키트도 최근에 판매가 늘어 벌써 동났다"고 말했다.

. 7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진열하고 있다. 2024.8.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이처럼 코로나 재유행이 활개를 치면서 일각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 백신 재접종 등 국가적 차원의 방역 조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유행 중인 KP.3 변이의 중증도가 기존 변이에 비해 더 높진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런 대대적인 조치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종류도 다양하고 60대 이상 환자들은 중증으로 갈 확률이 있긴 하지만 예전보다 그 위험성이 많이 떨어졌다"면서도 "이번 변이는 면역 회피 기능이 좀 더 강화됐고, 현재 예방 접종도 잘 이뤄지지 않아 초가을까지 유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이번에 6번째"라며 "고위험군에 대한 경구용 치료제 투약 기준을 변경하거나 병상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의학적 대응만으로 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역 당국은 여름 방학과 휴가가 끝나는 8월 하순에 코로나19 재유행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2개 팀으로 운영하던 코로나 대책반을 11개 팀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지난 5월 이후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 단계로 하향한 코로나19 위기 경보는 유지된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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