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우디 무기금수 3년만에 해제…가자전쟁 휴전 역할 기대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 12일 발표…"사우디, 예멘 공습 않겠다는 약속 지켜"

2022년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중동 순방에 나선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과 만난 모습<자료사진>. 2022.07.16.ⓒ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한 공격용 무기 수출 금지 조치를 실행 3년 만에 해제하기로 했다. 금수 조치의 발단이 됐던 예멘 내전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10개월 넘게 지속되는 가자전쟁 휴전에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가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 심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취재진과 만나 "사우디는 미국의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로 남아 있으며, 우리는 사우디와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길 고대한다"며 "의회 통보 및 협의 절차를 거쳐 사우디에 대한 공격용 무기 수출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021년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권 외교를 자임하며 사우디에 방어용 무기만 수출할 것을 지시했다. 2014년 발발한 예멘 내전에서 시아파 맹주 이란이 후티반군을 지원하자 사우디는 이듬해 정부군 편에 서서 여러 공습 작전을 감행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자국 무기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2022년 4월 미국과 유엔의 중재로 예멘 정부군과 후티반군은 휴전에 돌입했고, 휴전은 현재까지 대부분 유지됐다. 이날 파텔 대변인은 "휴전 이후 사우디의 예멘 공습은 단 한번도 없었으며, 예멘발 사우디행 포격도 대부분 중단됐다"면서 "사우디는 그들의 약속을 지켰고 우리도 우리의 약속을 지킬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적성국 이란을 수세로 몰기 위해 이란의 라이벌 사우디와 미국 우호국인 이스라엘 간 국교 수립을 추진해 왔다. 사우디는 그 대가로 미국에 한미 동맹 수준의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민간 핵 프로그램 지원을 물밑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는 같은 이슬람권인 팔레스타인 지지를 표명했고,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논의는 중단됐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국교 수립 협상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4월 시리아 주재 영사관을 폭격받은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에 사상 처음으로 공습을 감행하자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일원으로 이란발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격추했다.

미국은 오는 15일 재개될 가자 전쟁 휴전 협상에서 사우디가 이집트, 카타르와 같은 공식 휴전 중재국은 아니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온 만큼 이번 무기금수 해제 조치를 계기로 양측을 설득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하마스 정치 지도자 피살로 이란이 대(對)이스라엘 군사 보복을 예고한 상황에서 또 다시 공습전이 전재될 경우 이스라엘 방공 연합 작전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할 생각이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