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관계자 가담 보험사기, 얼마나 심각하길래
업계 종사자들의
계획형·조직형 보험사기 두드러져
적발인원도 3년 연속 상승세
"환수는 물론이고 가중처벌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 소재 A의원 의사 B씨는 원무과장 등과 공모해 환자 알선 브로커들에게 "도수치료를 받으면 성형수술과 미용시술을 싸게 받을 수 있게 해주고 환자를 데려오면 소개 수수료를 지급한다"고 말하며 성형수술 환자를 유치했다. 소개를 통해 내원한 환자에게 원하는 성형수술 내지 미용시술의 종류를 정해 비용을 설명하고, 그 비용에 맞춰서 도수치료 비용 및 횟수를 정한 다음 성형수술을 시행하고 도수치료를 시행한 것처럼 허위 영수증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보험금 4억6000만원을 편취했다. 환자가 “지방에서 와서 도수치료를 받기가 힘들다”고 하자 “법의 사각지대가 있기 때문에 서류 처리하는 대로 하면 된다”며 속여 범죄자로 전락시키기도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2년 8월, B씨에 대해 "병원영업을 위해 브로커를 통해 대규모의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그 피해를 전가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년 및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최근 의사, 정비업체, 보험설계사 등 업계 종사자들이 계획적으로 사기를 도모하거나 소비자를 공모자로 유인하는 등 복합적 성격의 보험사기가 늘고 있다. 보험산업 관계자에 대한 가중처벌이 가능해지면서 날이 갈수록 지능화·고도화되고 있는 업계 종사자들의 보험사기가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 보험사기 적발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보험회사 직원과 병원 종사자, 보험업 모집종사자(설계사), 정비업소 종사자 등 업계 종사자 적발인원은 각각 4480명, 4593명, 4627명으로 집계돼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설계사의 경우 2021년 1178명, 2022년 1598명, 지난해 1782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다만 지난해 병원 종사자와 정비업소 종사자는 2021년과 비교했을 때 감소했는데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이들이 전문가인 데다가 설계사-의료인, 브로커-정비업체 등이 함께 짜고 조직형으로 사기를 구상하면서 점차 적발이 어려워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계 종사자들이 사기 행각은 갈수록 고도화되며 대담해지고 있다. 보험업계로부터 취합한 정비업체 보험사기 사례 중 하나를 살펴보면 경기 부천 소재 C정비업체 대표 D씨는 사설견인업체 소속 견인기사들에게 사고 차량을 자신의 정비업체로 견인해 오면 회당 300만원 가량의 대가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견인돼 온 사고차량에 실제 수리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수리를 한 것처럼 견적을 부풀려 보험금을 청구하는 식으로 보험금 8000만원을 편취했다.
D씨는 정비업 전문가로서 △교통사고로 인한 차량의 손상 정도는 차량을 분해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 △보험회사들이 모든 차량에 대해 손상정도 및 적정수리비에 대한 감정을 실시할 수 없다는 점 △용접 등의 흔적만 있으면 허위 수리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C회사의 직원들이 엔진을 떼어낸 후 몇 초간 가열을 하는 사진을 찍고 별다른 작업 없이 다시 엔진을 부착하는 장면이 CCTV에 찍히면서 범행이 탄로나자 D씨는 직원을 통해 보험회사 담당자에게 전화해 증거 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 인천지법 부천지법은 D씨에 대해 "보험회사는 수리업체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사정들을 이용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장기간 수십차례 범행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보험설계사의 사기 행각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브로커 E씨는 F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 G와 표면적으로는 홍보광고 대행계약을 체결한 후 실질적으로는 환자들을 알선하고 보험사기 범행을 통해 알선 수수료를 챙기기로 공모했다. 이후 보험설계사 등을 고용해 B한의원에 환자들을 알선하도록 한 후, F한의원으로부터 받는 알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약정하는 다단계 브로커 조직을 결성하고 합법적인 사업체로 가장할 목적으로 광고대행사를 설립했다. 이후 E씨는 브로커 조직이 환자를 알선하면 한의원에서는 보신용 약제 등을 제공하고, 질병 또는 상해로 치료 받은 것처럼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방법으로 보험금 19억원을 편취했다.
결국 서울북부지법은 E씨에 대해 '전체적으로 범행을 주도하고 동종 범행으로 기소유예 받은 후 재범'인 점을 들어 징역 2년8개월을 선고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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