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다···한국 선수단 최고의 장면[파리에서x결산]

김은진·황민국·배재흥 기자 2024. 8. 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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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미가 7월30일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은메달을 차지한 뒤 믹스트존에서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 하고 있다. 파리 | 김은진 기자


메달리스트가 된 독립운동가의 후손, 허미미의 한국어 인터뷰


허미미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나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단, 알고보니 독립운동가 허석 의사의 후손이라는 스토리로 대회 전부터 유명했다. 일본에서 유도천재로 불린 허미미는 한국 국적을 택한 뒤 2022년 국가대표에 선발, 한국 유도의 얼굴로 올라섰고 파리올림픽 여자 -57㎏급 은메달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만난 세계 1위 크리스티나 데구치(캐나다)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공격했으나 연장전 막판에 위장공격이라는 판정에 지도를 받아 석패했다. 억울했지만 꾹 참는 모습 속에서도 허미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금메달을 놓쳐서 너무 아쉽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메달을 딴 것이 기쁘다는 표현을 “기분이 너무 좋지는 않은데, 그래도 메달을 따서 조금 좋아요”라고 하면서 최선을 다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

2024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 열린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의 결승전에서 패배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4.7.29. 파리=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YSH


허미미는 한국어로 의사 소통을 하지만 발음이나 문장 완성도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그래도 정확하게 말하려 애쓰며 한국어로 인터뷰를 했다. 데구치 역시 일본 출신의 캐나다 귀화 선수다. 귀화한 전 일본 선수들의 결승전에 일본 취재진이 매우 많았고 이후 메달리스트 공식기자회견에서 데구치는 일본어로 인터뷰 했다. 믹스트존에서 일본 취재진에 둘러싸였을 때는 일본어로 답하던 허미미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본어가 편하다면 일본어로 답해줘도 괜찮다”고 한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한국어로 답해 ‘한국 유도 올림픽 메달리스트 허미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6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대한민국-독일 A조 여자 핸드볼 1차전 경기. 23-22로 승리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우생순들의 ‘1승’


여자핸드볼은 2024 파리 올림픽 본선에 오른 한국 선수단 유일의 단체 구기 종목이다. 그러나 세계 변방으로 밀려난 여자핸드볼에 관심을 두는 이는 많지 않았다. 올림픽에서 1승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았다. 올림픽 개회 하루 전인 25일, 여자핸드볼은 조별리그 A조 독일과 1차전을 치렀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23-22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22위 한국이 6위 독일을 잡았다. 대이변이었다.

선수들은 승리가 확정되자 마치 우승이라도 한듯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강강술래 세리머니를 펼쳤다. 예선에서 거둔 1승, 공동취재구역은 선수들의 환희와 눈물로 채워졌다. 신들린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박새영은 “포지션 하나하나 따졌을 때 모두가 안 될 거라고 이야기를 했다”며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서 값진 승리를 따낸 것에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쐐기골을 넣은 강경민은 “여자핸드볼 경기가 오늘 있는지 모르는 분들도 되게 많았을 텐데, 금메달을 딴 것보다 잊지 못할 순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핸드볼은 독일을 상대로 거둔 1승을 끝으로 남은 네 경기에서 더는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꿈꾼 ‘우생순’들의 도전도 예선에서 멈췄다. 8강에 오르진 못했지만, 빈손으로 귀국하진 않았다. 유럽 강호도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 여자핸드볼이 파리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을 꺾고 승리한 한국팀 신유빈(왼쪽부터), 이은혜, 신유빈, 전지희가 시상대에 올라 메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8.10.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SEO


파리를 빛낸 신유빈의 구릿빛 희망


파리 올림픽의 숱한 현장에선 금빛이 아닌 구릿빛 메달도 큰 의미가 있었다. ‘만리장성’을 쉼없이 두드린 한국 탁구가 빚어낸 두 개의 동메달이다.

사실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탁구의 메달 가능성을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양궁에서 한국이 절대 강자라면, 탁구는 중국이 정상을 놓지 않는다. 그 뒤를 바짝 쫓는 일본과 독일 등의 강호들을 생각하면 3년 전 도쿄처럼 메달이 쉽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은 혼합 복식과 여자 단체전에서 모두 동메달을 따냈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가 바로 신유빈(20·대한항공)이었다. 신유빈은 임종훈(27·한국거래소)과 힘을 합친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더니, 여자 단체전에선 언니들(전지희·이은혜)과 함께 2008 베이징 올림픽 이후 16년 만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신유빈의 활약상은 이번 대회의 시작과 끝을 모두 장식해 더욱 도드라졌다. 혼합 복식과 여자 개인전, 여자 단체전을 순서대로 밟느라 모두 14경기를 소화했다. 틈틈이 바나나와 주먹밥, 에너지젤을 먹으며 경기에 나섰다. 보름간 경기를 치른 날만 12일, 이틀은 하루에 2경기씩 치렀다. 심지어 3경기는 메달이 걸린 3위 결정전이었는데, 그 중 혼합 복식과 단체전에서 승리했다. 신유빈이 재작년 손목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대에 오른 뒤 고단한 재활을 견뎠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언니들과 함께 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고백한 신유빈은 시상식이 열리기 전 취재진에게 동메달을 기념하는 ‘셀카’를 제안하며 활짝 웃었다.

한국 탁구는 이번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중국을 위협하던 옛 영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유남규(56)와 현정화(55), 김택수(54), 유승민(42)이 중국을 위협했던 그 시대가 신유빈의 손에서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게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이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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