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장르부터 사업 전략까지 다 바꾼다…달라지는 '엔씨2.0'

김가은 2024. 8. 1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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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게임부터 경영구조까지 쇄신 박차
장르·플랫폼 다양하게, 외부 퍼블리싱도 적극 추진
'윤송이·김택헌' 퇴임, 해외법인 영향력 확대 준비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위기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엔씨소프트(036570)가 쇄신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정 장르와 플랫폼에서 벗어나 게임 다각화에 나선 것은 물론, 회사 안팎의 경영 구조까지 뜯어고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지적받아왔던 여러 사항들에 관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엔씨 내부에서는 성과를 보여줄 일만 남았다고 평가 중이다.

지난 5일 엔씨소프트는 올해 2분기 매출 3688억원, 영업이익 8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16.2%, 영업이익은 74.9% 감소했다. ‘3N’ 중 넥슨, 넷마블과 비교하면 크게 부진한 실적이다. 다만 눈여겨볼 부분은 당장의 실적이 아니다. 엔씨가 향후 반등하기 위한 발판을 여럿 마련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장르·플랫폼 다각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

게임의 경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를 넘어 다양한 장르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내부 개발 뿐만 아니라 외부 투자와 M&A도 적극 추진 중이다. 쉽게 말해 자체 개발 신작과 외부 퍼블리싱을 동시에 가동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사진=엔씨소프트)
박병무 공동대표 취임 이후 엔씨가 내놓은 난투형 대전 역할수행게임(RPG) ‘배틀크러쉬’는 캐주얼 배틀로얄 방식과 확률형 구조가 없는 수익모델(BM)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엔씨 최초로 닌텐도 플랫폼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소 아쉽다는 이용자 반응과 함께 큰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다만 배틀크러쉬는 그간 엔씨가 고집해온 ‘MMORPG+모바일’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내놓을 글로벌 신작들도 여럿 대기 중이다. 오는 28일 엔씨는 스위칭 RPG ‘호연’을 한국과 일본, 대만에 출시한다. 또 아마존게임즈와 ‘쓰론앤리버티(TL)’ 글로벌 서비스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블레이드앤소울2’ 중국 서비스, ‘리니지2M’ 동남아 서비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은 현지 기업과 합작법인(JV) 설립 절차를 마무리한 뒤 본격화된다.

퍼블리싱 사업도 추진한다. 핵심은 게임 플랫폼 ‘퍼플’이다. 퍼플은 엔씨가 약 5년간 운영 중인 올인원 게임 서비스 플랫폼이다. PC게임은 물론, 모바일 게임 크로스플레이 지원, 여러 PC를 원격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리모트 플레이, 접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 내 채팅을 확인하고 보이스톡을 할 수 있는 메신저 기능 등을 제공한다. 엔씨는 조만간 외부 AAA급 게임 4종을 퍼플에 입접시킨다. 이를 시작으로 연달아 외부 게임들을 품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퍼블리싱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외부 투자는 물론 경영진 교체까지 속도

외부 투자와 M&A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엔씨는 국내 서브컬처 게임 전문 개발사 ‘빅게임스튜디오’에 370억원 규모 지분 투자를, 스웨덴 슈팅게임 전문 개발사 ‘문 로버 게임즈’에 48억원 규모 튜자를 단행했다. 엔씨는 투자 활동이 이번 2건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홍원준 CFO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활동이 2건에서 끝나는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도 추가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있고, 내외 역량을 활용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게임사를 인수해 즉각적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는 M&A 또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윤송이 엔씨문화재단 이사장, 진정희 신임 엔씨아메리카 대표 내정자(사진=엔씨소프트)
경영구조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 구조조정과 분사, 서울 삼성동 엔씨 타워 매각 등을 넘어 사업적 판단에 의한 경영진 교체까지 단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엔씨소프트는 해외법인을 대상으로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김택진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과 그의 부인 윤송이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올해 초 국내 본사직을 모두 내려놓고 해외사업에 집중하던 두 인물 모두 물러나며 ‘가족경영’을 끝냈다.

김택헌 부사장이 맡고 있던 엔씨재팬과 타이완은 사업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임원기 최고사업관리책임자(CBMO, 전무)가 맡는다. 엔씨아메리카는 외부 인물인 진정희 전 펄어비스 아메리카 대표가 맡게 될 전망이다. 윤송이 사장 자리는 박병무 공동대표의 겸직으로 채운다. ‘길드워’ IP 개발을 맡고 있는 엔씨웨스트와 리니지·아이온 등 레거시 IP에 대한 퍼블리싱을 맡은 엔씨아메리카에 힘을 실어 글로벌 성과를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다양한 신작 출시와 국내외 게임 개발사 투자를 통해 게임 포트폴리오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변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결과물로 하나씩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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