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머스크와 대담 “김정은, 내가 잘 알아”

김유진 기자 2024. 8. 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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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에서 2시간 넘게 진행
김 위원장과 관계 재차 과시
접속 장애로 40분 지나 시작
머스크는 “디도스 공격” 주장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진행한 대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1월 대선에서 자신을 지지한 머스크와의 대담은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와 대비되는 지지율·모금 정체 국면의 반전을 노린 승부수였다. 하지만 기술 문제로 대담이 예정 시간보다 40분이나 지연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리면서 오점을 남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2시간 넘게 진행된 대담에서 재임 시절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재차 과시했다. 그는 “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잘 안다”며 “그들은 터프하고 영리하며 (자기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이른(on top of their game)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에 대해선 “어느 날 내게 전화 와서 만나자고 했고 우리는 싱가포르, 베트남에서 만났고 아주 잘 지냈다. 내가 그의 땅(판문점)도 걸은 것을 아냐”면서 “내 덕분에 우리는 위험에 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위주의 국가 정상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내의 사람들이 러시아나 중국보다 더 큰 위협을 제기한다”고도 말해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막말이나 인종·성 등 정체성에 대한 공격으로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은 불법 이민, 경제, 에너지 등 정책 이슈에 초점을 둬서 발언했다. 하지만 해리스 부통령을 “급진 좌파 미치광이”로 지칭하는 식의 인신공격을 반복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인터뷰를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 민주당의 대선 후보 교체는 ‘쿠데타’라는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미등록 이주자들이 ‘범죄자’이고 혐오 발언도 이어갔다.

1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의 대담을 중계하기로 한 X 계정에 표시된 접속 장애 메시지. EPA연합뉴스

머스크 CEO는 대담에 앞서 주제 제한이나 사전 대본이 없어 “흥미진진한” 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답하기 쉬운 질문들을 던지며 그의 발언에 맞장구를 치는 역할에 머물렀다. 지난달 야외 유세현장에서 총격을 당한 후 트럼프가 보인 태도를 두고 “용기”라고 추켜올리는 등 시종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 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발언 요지를 반복하고 허위 주장을 하도록 허용하면서 대담이 또 하나의 특징적인 트럼프 유세와 흡사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담에 앞서 1년 만에 엑스에 글을 올렸다.

대담은 접속 장애로 인해 당초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미 동부 기준)를 훌쩍 넘긴 40여분 후에야 진행됐다. 머스크 CEO는 엑스에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지만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엑스 계정은 접속이 원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스 선거캠프는 논평에서 대담의 기술 문제를 꼬집어 “트럼프의 선거운동은 자신이나 일론 머스크를 위해 존재한다”며 “자기도취된 부자들이 중산층을 팔아넘길 것이고 2024년에 라이브 방송조차 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더힐과 선거전문사이트 디시전데스크가 최근 전국 여론조사 111개 평균을 집계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을 47.6% 대 47.3%의 근소한 차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당 슈퍼팩의 의뢰로 소셜스피어가 펜실베이니아 등 경합주 7곳의 청년 유권자(18~29세 1313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51%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2%)을 9%포인트 차로 제쳤다.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레이스를 시작한 지 3주 만에 판세가 박빙 우세로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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