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은 중국 부유층…말레이시아 유학·부동산 구매 급증

박은하 기자 2024. 8. 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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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알라룸푸르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 일대 풍경. 게티이미지.

말레이시아로 자녀를 유학 보내거나 현지 부동산을 사들이는 중국인들이 늘고 있다고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S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와 제2도시 조호르의 중심업무지구와 교외 고급 주거단지를 중심으로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매 문의가 부쩍 늘었다. 중국계 부동산 플랫폼 쥐와이IQI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인 구매자 수는 전분기보다 42% 증가했다. 중국인 고객들은 주로 최대 200만링깃(약 6억원)에 달하는 고층 아파트를 구매하려 한다고 카시프 안사리 쥐와이IQI 경영자가 전했다.

전 세계적 금리인상과 자국 경제 침체로 중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최근 몇년 동안의 추세였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여전히 부동산을 사들이려는 중국인들이 상당수 있다고 ST는 전했다.

이는 중국인의 말레이시아 유학과 이주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교육부에 따르면 2023년에 기준대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4만4043명으로 2021년보다 35%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기업에서 일하는 중국인 임직원 수도 2021년 1만명에서 현재 약 4만5000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현재 말레이시아 내 중국인 거주자 수는 15만~20만 명에 이른다.

중국에서 최근 이민이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보다 물가가 저렴하고 생활환경이 편리하면서도 이주가 쉬운 말레이시아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화교 거주 비율이 높으며 중국과 이전부터 활발한 경제적 교류를 해 왔다. 2023년 12월 중국과 말레이시아 간 상호 비자 면제 협정을 체결해 오가기 더욱 편리해졌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6월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중국과 말레이시아는 역내 국가들 관계 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기준이자 본보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미·중갈등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이주를 모색하는 기업인도 있다. 중국에서 보석사업을 하는 첸링링(48)은 “말레이시아가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자가 돼 앞으로 20년간 황금기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ST에 말했다. 그는 사업 기지를 말레이시아로 옮기고 가족도 이주해 자녀를 현지 국제학교에 보낼 생각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이후 이민이 부쩍 늘고 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9년까지 중국의 해외 이민자 수는 19만명선이었는데, 2022년부터 2년 연속 31만명을 돌파했다. 방역 정책에 대한 실망, 통제정책에 대한 불만, 자녀교육 문제 등이 이민의 주된 이유로 꼽힌다.

미국 등지로의 밀입국도 문제가 되고 있지만 중산층 가족 단위 이주자들은 거리가 가깝고 문화가 비슷한 주변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인기가 높다. 기업인들은 베트남도 선호하며 지식인, 고소득층에게는 일본도 각광받는다.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에 장기 체류 중인 중국인은 지난해 말 82만2000명으로 2022년 말(76만2000명)보다 6만명이 증가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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