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파시 감정교류라니, 망상 증상 사례자까지 등장한 '오은영 리포트'
[엔터미디어=정덕현] "그러니까 내가 얘기하잖아. 그런 게 감정교류라고. 안에 있든 보이든 안보이든 간에 내재되어 있는 이런 감정들, 그러니까 텔레파시 한마디로 말해서 텔레파시라고 하는데 텔레파시로 그런 식으로 통하면서 감정들이..."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이하 오은영 리포트)>에서 뜬금없이 '텔레파시' 이야기가 나온다. 마트에서 가족이 함께 장을 보는데, 남편이 물건을 집을 때 옆에 있던 지나치는 여자와 눈을 맞추고 감정교류를 했다며 아내는 화를 낸다. 심지어 차에 방향제를 리필해 놓은 것도 마침 차 바깥에 한 여자가 지나가자 그 여자한테 잘 보이려고 리필한 거냐고 추궁한다.
남편은 과거 부부싸움을 했을 때 이를 피하기 위해 옆집과 가장 가까웠던 창고방으로 가곤 했는데, 그것 역시 옆집 여자를 좋아하고 그래서 보고 싶어서 그 방으로 간다고 오해하곤 했다고 했다. 아내는 그것을 '정신적 외도'라고 했지만 그 말은 납득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편과 싸우고 난 후에는 다른 여자들이 자신을 째려보는 것 같은 불편한 시선을 느낀다고도 했다.
남편이 '불특정 다수 여자와 텔레파시를 통하고 있다'는 의심이 깊어진 아내는 이런 걸 검사할 수 있는 '뇌파' 기계를 알아보려 했다고까지 했다. 그 말에 오은영 박사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 거 있다고 하면 사기입니다." 그러면서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근데 제가 이런 얘기 드리는 게 서운하시겠지만 아내분이 말씀하신 이런 것들을 아무도 못 맞춰요."
애초 이 부부가 들고 나온 문제는 처음에는 부부 갈등의 문제처럼 보였다. 남편과 아내가 말다툼을 하다 점점 목소리가 높아지고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가(심지어 한 아이는 장롱 속으로 숨었다) 숨는 상황이 벌어졌고, 급기야 아내의 신고로 경찰이 집까지 찾아와 남편은 결국 집 밖으로 나와 트럭에서 잠을 청하는 장면까지만 해도 좀 부부싸움이 심한 집안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일상에서부터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자기 마음에 안차고, 나아가 '텔레파시'니 '정신적 외도'까지 꺼내놓는 이 상황은 단지 부부 갈등으로만 이야기 하기에는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오은영 박사는 조심스레 아내의 상황을 '망상' 단계라고 이야기 하며 이것을 갈등이 아닌 '증상'이라고 표현했다. 보다 전문적인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라는 것이다.
결국 오은영 박사는 아내에게는 알코올 의존증을 치료해야 하고, 나아가 본인과 가족을 위해 정신과적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고, 남편에게는 그저 착하다고 상처를 안주는 건 아니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이 가정의 문제를 위해 나서는 아빠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 해결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는 걸 강조했다.
오은영 박사는 자신의 역할을 한 것이지만, 과연 이런 부부갈등이 아니라 치료를 받아야 할 증상을 보이는 사례자의 문제들을 <오은영 리포트>가 다루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싶은 면이 있다. 애초 기획의도는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된 부부들의 일상'을 관찰하고 그 갈등의 고민을 나누는 '부부솔루션'이었다. 지상파를 통해 보여주는 부부갈등의 소재들은 그래서 보편적으로 부부생활을 하며 겪는 갈등들 안에서 보여주는 게 합당하다 여겨지지만, 지금 나오는 사례들을 보면 일반적인 선을 넘어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사례들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증상을 보이는 사례자들의 이야기는, 대화를 통해 갈등들이 풀어지는 그런 과정들이 담기기 어렵다. 사례는 이미 선을 넘어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식의 상식적인 처방전은 방송의 마무리 멘트는 되지만, 실질적인 건 전문적인 치료를 받으라는 조언이라는 걸 이미 시청자들은 알고 있다.
솔루션이 제시되기 어려운 사례의 방송은 그래서 자칫 이상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자극적인 상황들만 나열하게 되는 경향을 만들 수 있다. 보다 황당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공개되는 것이 방송의 주된 내용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은영 리포트>가 내놓는 갈수록 극단적인 사례들을 보며 느껴지는 우려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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