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책에 가족 신상 걸고 ‘충성 맹세’…마약조직 검거

타이·베트남 조직과 연계 국내 유통

타이·베트남 마약 조직과 연계해 국내로 마약을 들여온 일당들이 주택가 텃밭에 묻어놓은 마약을 경찰이 수거하고 있다. 수원중부경찰서 제공

타이·베트남 마약 조직과 연계해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조직원의 배신을 우려해 가족의 신상 정보를 요구하며 ‘충성 맹세’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수원중부경찰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ㄱ씨 등 86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3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마약밀수책인 ㄱ씨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타이·베트남 마약조직을 통해 국내로 필로폰과 케타민 등 마약류를 몰래 들여와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ㄱ씨 등 밀수사범이 현지를 직접 방문해 마약을 여성용품 등에 숨겨 들여오거나 국제우편으로 밀수한 뒤 유통책에게 공급하고, 판매까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고액 알바’ 모집 등을 통해 유입된 조직원들은 가입 때 본인은 물론 가족의 신상 정보가 담긴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까지 마약 조직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른바 ‘충성 맹세’ 영상도 촬영해 전송하도록 했다. 조직원들이 보낸 영상에는 “나는 OO에 사는 마약밀수책 OOO입니다. 마약을 갖고 도망치면 가족 집에 마약이 배달되는 데 동의합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도주하거나 판매대금이 입금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가족을 볼모로 잡은 것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직원들은 밀수에 성공하면 건당 300만∼400만원의 성공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의 주거지 등에서 필로폰 1.9㎏, 대마 2.3㎏, 케타민 637g, 엑스터시 433정, LSD 491장을 압수했다. 경찰은 해외에 있는 총책 등을 쫓는 한편, 이들 조직이 가상화폐를 사용해 범죄수익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범죄수익추적팀을 동원해 추적 중이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