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베테랑의 '커리어 하이' 시즌...기본이 돼야 롱런한다 [유진형의 현장 1mm]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타율 0.330 119안타 7홈런 57타점 64득점 출루율 0.399 장타율 0.454 OPS 0.853 wRC+ 136.8
33살 베테랑 두산 허경민의 올 시즌 성적이 예사롭지 않다. 올 시즌 MVP급 활약을 하고 있는 KIA 김도영이 아니었다면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도 노려볼 수 있는 성적이다. 그만큼 뛰어난 성적이다.
프로 15년 차 선수가 제2의 전성기를 넘어 커리어 하이를 찍을 수 있는 이유는 훈련 과정을 지켜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더울 때나 추울 때나 항상 기본이 되는 훈련을 놓치지 않는다. 복사열로 인해 그라운드 온도가 40도에 육박하는 8월의 폭염 속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타격 훈련을 마친 허경민의 발걸음은 더그아웃으로 향하지 않았다. 번트 연습을 하기 위해 이동했고 고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기본기 훈련을 시작했다.
번트는 배트를 스윙하지 않고 공을 뚝 건드려 내야에 천천히 구르도록 배트를 살짝 갖다 대는 기술이다. 야구의 기본 기술로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난이도가 필요하다. 번트 훈련은 자신의 스트라이크 존을 명확히 파악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 타구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배팅 훈련보다는 번트 훈련 시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33살 베테랑은 번트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훈련을 마친 뒤에는 고토 코치에게 질문하며 번트 기술을 다시 한번 더 숙지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번트 훈련을 마친 허경민의 훈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행선지는 1루 베이스였다. 베이스를 밟은 그는 배팅 게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하는 동료의 타격 방향을 확인하며 상황에 맞는 주루 훈련을 시작했다. 1루에서 홈까지 그라운드를 돌고 난 뒤에야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2009년 두산의 지명을 받고 한 팀에서만 계속 뛰어온 월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의 성실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다.
허경민은 2020시즌을 마치고 4+3년 최대 85억원 계약을 맺었다. 올 시즌은 첫 4년의 마지막 시즌이다. FA 계약 후 3년 동안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하였고 주장을 맡으며 마음고생도 심했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두산 핫코너를 든든히 지키고 있다. 몸을 아끼지 않고 원팀을 강조해 온 허경민은 한국시리즈 3회 우승의 주역이며 두산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올 시즌이 FA를 앞둔 마지막 해라 개인 몸값을 올리기 위해 좋은 성적을 낸다는 일부 팬들의 비난 목소리도 있지만 성적은 내고 싶다고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는 베테랑이 되어서도 기본에 충실한 모습으로 경기를 준비하며 가을야구 진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있다.
한편, 허경민의 FA 계약은 4년 65억원에 자신이 원할 경우 3년 동안 20억원을 더 받는 조건이었다. 올 시즌은 첫 4년의 마지막 해다.
[경기 전 번트 훈련과 주루 훈련을 하는 두산 허경민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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