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데 딱히 없어도 시원하잖아"…'지하철 피서' 나선 어르신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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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곳도 마땅찮은데 여기는 시원하잖아."
지난 12일 낮 2시 지하철 1호선 광운대행 열차에서 만난 경기 화성 주민 유모씨(68)는 이렇게 말했다.
유씨는 "심심해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중"이라며 "갈 곳은 따로 없는데 지하철이 질리면 내려서 거리를 걷고 더워지면 다시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 얘길 꺼내자 유씨는 "거기는 할 것도 없고 지하철보다 덥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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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곳도 마땅찮은데 여기는 시원하잖아."
지난 12일 낮 2시 지하철 1호선 광운대행 열차에서 만난 경기 화성 주민 유모씨(68)는 이렇게 말했다. 열차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에서 용산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반투명한 하얀 반팔 셔츠와 반바지, 샌들 차림의 유씨는 노약자석에 앉은 채 때마침 한강철교를 지나는 열차 창문 밖으로 한강을 바라봤다.
유씨는 이날 점심을 먹고 1호선 병점역에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을 탄 지 1시간째. 무협지는 지하철 여행의 단짝이다. 유씨는 "심심해서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니는 중"이라며 "갈 곳은 따로 없는데 지하철이 질리면 내려서 거리를 걷고 더워지면 다시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무더위쉼터 얘길 꺼내자 유씨는 "거기는 할 것도 없고 지하철보다 덥다"고 말했다.
노량진 주민인 70대 A씨도 이날 더위를 피하기 위해 지하철 1호선을 탔다. A씨는 여름만 되면 이 시간 무렵 지하철을 탄다고 했다. 답답하고 심심해서다.
A씨는 "여름에는 등에 땀이 배어 집에 누워있기 힘들다"며 "지하철은 시원하기도 하고 사람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고 말했다. 노량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석계역까지 왕복 두세번 정도 오가다 햇볕이 사그라드는 오후 5시쯤 집에 들어가면 딱 맞단다.
A씨는 "지하철은 전기요금도 무료고 집보다 훨씬 시원하다"고 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여름철 지하철 열차 온도는 일반칸 25도, 약냉방칸 26도로 운영된다.
청량리역에서 만난 70대 B씨도 "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다"며 "(전기요금이) 무료인데 워낙 시원하니까 한번 (1호선을) 타면 인천이고 소요산이고 간다"고 밝혔다. 인천역과 소요산역은 1호선 양쪽 종점이다.
B씨는 "갈 곳이 없어도 거기 내려서 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잔하고 온다"며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를 건데 무더위쉼터보다 시간도 더 잘 간다"고 말했다.
지하철 1~9호선의 여름철(6~8월) 우대권 이용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21년 5194만4202건이던 우대권 이용 건수가 2022년 6104만7885건, 지난해 6562만8180건을 기록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우대권 이용 건수의 85%가 65세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무더위 쉼터는 더위만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서할 것도 없는데 바깥보다 조금 시원하다는 이유로 노인들이 쉼터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쉼터보다는 각종 프로그램이나 심리 활동 등이 지원되는 복지관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안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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