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말레이시아인-조선족의 코인 사기” 일본서도 1조원대 피해 양산 논란

김현지 기자 2024. 8. 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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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피해자들, 우리 사법부-수사기관에 ‘수사 촉구’ 탄원서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일러스트 김세중

수백억 원대 규모의 국내 피해를 일으킨 '인터코인캐피털(ICC) 가상자산 다단계 사기 사건'의 조선족 주범이 일본에서도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8~19년 일본에서 ICC의 자체 발행 코인을 구매하면 수익을 내겠다고 속였다는 것이다. 일본인 피해자들은 이달부터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우리 사법부와 수사기관을 상대로 탄원서를 제출하며 대응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ICC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아무개씨는 여러 사건에서 자신의 딸 박아무개씨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과 공모한 의혹을 받고 있다. 조씨 일당의 사기 행각이 국내를 넘어 일본에서도 불거진 만큼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일본 피해자 1000명 이상, 피해액 1조원대 추정

"우리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사서 위탁하면, 한 달에 약 10%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 조씨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홍보한 내용 가운데 일부다. 이런 수익 구조가 가능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들의 설명은 이랬다. 거래소 간 실시간 가격 차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인을 거래하겠다고 했다. 이는 주식 등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차액결제거래(CFD)를 토대로 한다. 조씨 일당은 투자자들의 코인은 싱가포르 소재 은행에 보관되는 만큼 원금 보장도 약속했다. 이런 약속은 거래사이트가 폐쇄되면서 불발됐다. 국내 피해액만 수백억대로 추정됐다.

그런데 이번 사안이 국제전으로 확산할 조짐이 나타났다. 일본 내 피해 규모가 국내보다 큰 것으로 추정되면서다. ICC 피해단체가 파악한 일본인 피해자는 1300여명, 피해금액은 사건 당시 기준 1000억엔(8월13일 현재 한화 약 9300억원)에 달했다. 이마저도 정확한 수치는 아니다. 단체는 현재 전체 피해자 규합에 나선 상황인데, 가상자산 거래 흐름을 토대로 한 피해액수로 짐작하면 피해자가 1만여명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8월7일부터 직접 작성한 탄원서를 대법원, 법무부, 대검찰청 등에 발송하고 있다.

일본인 피해자들은 탄원서에서 "조씨와 그의 딸 박아무개씨, 중국계 말레이시아 사기조직원이 일본으로 와서 재일교포, 일본인들에게 사기를 쳤다"며 "ICC 사기 사건의 주범들을 지금까지도 (한국 수사기관이 모두) 구속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소된 조씨의 재판 상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법원이 재판을 1년8개월 넘게 진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일본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씨 일당이 ICC 사건 외에 비슷한 유형의 FVP 사기 행각을 벌인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기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018~19년 집중적으로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재일교포 피해자 A씨는 시사저널과 만나 "조씨 일당은 지난 2018년 일본 도쿄 등에서, 2019년엔 말레이시아에서 대대적인 이벤트를 진행했다"며 "이때 피해자들의 투자금이 다량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일본 금융청(Financial Supervisory Agency·FSA)은 이런 네트워크(다단계) 사기를 굉장히 엄하게 다루고 있다"고 전제한 A씨는 "금융청이 일본인 주범에 대한 조사를 즉시 시작하고 상위 모집책들을 많이 구속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고 비판했다. A씨는 오사카에 거주 중인 사업가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각지에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일본인 피해자들은 조씨 일당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조선족 공모

조씨도 일본인 피해자의 존재 자체는 부인하지 않고 있다. 조씨 측이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변론요지서에는 "피고인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는 마음이었지만 1만 위안을 투자해 배당되는 것을 보고 수익이 난다고 여겼다"면서 "이에 딸 박씨를 바로 직하위 사업자로 투자를 하게 했고, (다른 사업자인) 이아무개씨 산하의 국내 투자자들 외에는 대체로 일본인 투자자들을 하위 투자자로 유치했다"고 적혀 있다. 

이와 관련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은 올 하반기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23년 1월18일 조씨를 ICC·FVP 사건과 관련해 재판에 넘겼다. 조씨에겐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사기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 4월에는 두 차례(11·22일)에 걸쳐 조씨를 사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조씨는 서울에서 직접 혹은 국내 중간 모집책들을 통해 피해자 80명에게서 현금이나 가상자산으로 26억3100여만 원어치를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시사저널 5월31일자 「"중국계 말레이시아인과 코인 사기" 다단계 조선족 사기범 추가 기소」 기사 참조).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한국 국적의 조선족과 중국계 말레이시안의 공모다. 조씨는 지난 2018년 중국 후남성에서 중국 ICC센터장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적의 중국인 B씨를 소개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조씨는 B씨에게서 국내 사업 제안을 받았다. 이후 또 다른 말레이시아인 C씨의 지시를 받고 국내 파견됐다. 조씨는 이때부터 한국총책으로서 국내 투자 활동을 벌였다. 조씨 측은 "피해자들이 조씨가 아닌 업체에 코인 등을 보냈고, 조씨는 운영진에게 수당을 받는 모집책이었을 뿐"이라며 주범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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