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돌아온 서른살 김삼순…추억으로 MZ 사로잡기

김나인 2024. 8. 1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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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명드라마, 하반기 시리즈물로 재탄생
콘텐츠 트렌드 맞춰 16부작서 6~8부작으로 줄여
현대에 맞게 감수성 재해석·스토리텔링 등 강화
최신 기술로 편의성 높이고 음악도 새 버전 선봬
최근 인기있는 가수들이 옛 시절 'OST' 리메이크
'내 이름은 김삼순' 포스터. 웨이브 제공
웨이브 '뉴클래식 프로젝트' 이미지. 웨이브 제공
'미안하다, 사랑한다' 포스터. 웨이브 제공
웨이브 '뉴 클래식 프로젝트' OST. 웨이브 제공

촌스러운 이름에 보통의 외모를 지닌 '노처녀' 김삼순. 극중 노처녀라고 불리면서 수모 아닌 수모도 당하는 김삼순의 나이는 고작 서른이다. 2005년 방영돼 2000년대를 풍미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가 다시 돌아온다.

드라마가 방영되던 17년 전의 서른 살과 지금의 서른 살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빵'에 대한 열정 하나로 스스로 돈을 벌어 프랑스 파리의 '르 코르동 블루'로 유학을 다녀와 유명 레스토랑의 스카우트를 받는 능력 있는 파티시에인 김삼순. 힘든 일이 있을 때 좌절하지 않고 한라산 등반으로 새 출발을 위한 힘을 얻고, 비빔밥에 소주 한 잔을 하며 그날의 피로를 떨쳐내는 삼순이는 되레 현재 서른 살을 지내고 있는 사회초년생들의 '자화상'으로 위안을 준다.

◇ "미사폐인 모여라"…하반기 2000년대 명작, '제2의 전성기' 노린다

2000년대 명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수많은 '미사폐인'들을 양산한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올 하반기에 트렌드를 반영해 재해석한 시리즈물로 새롭게 탄생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뉴클래식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감독, KBS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형민 감독 등 원작 주요 스태프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해 원작 매력을 살려 재구성한다. '숏폼'과 유튜브 요약본을 즐기는 시청자를 위해 길이는 줄였다.

웨이브에서 연락을 받고 '오랜 기간 '미사'가 사랑받고 있구나' 싶어 설레는 시간을 보냈다는 이형민 감독은 "당시 드라마를 만들 때도 16부작인 '미사'를 짧게 만들어보면 어떨지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며 "20년 전 '미사'를 좋아한 분들이 편집본을 어떻게 보실지, '미사'를 제목으로만 들어 알고 있는 젊은 세대 시청자들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청 트렌드가 변했지만, 웨이브에서 꾸준히 수요가 있는 웰메이드 구작을 대상으로 했다. 드라마가 나온 지 20여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웨이브에서 수요가 높다는 점에 착안해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원작을 모르지만 두 작품을 웨이브뿐 아니라 유튜브 요약본이나 숏폼으로 미리 접해본 Z세대들의 수요도 높다. 다만, 배속 시청이나 유튜브 요약본은 원작에 대한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해 아쉬움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목소리도 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감독은 "최근까지도 드라마가 유튜브를 비롯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랑받고 있지만, 좋은 문학 작품에도 정본이 필요하듯 현 시청 트렌드와 감수성이 반영된 새 김삼순의 탄생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 지상파 추억의 콘텐츠 살리는 웨이브, 숏폼·요약본 보는 Z세대 스타일 겨냥…화질도 4K로 ↑

웨이브는 구작에 대한 수요와 새 시청 트렌드를 반영해 뉴 클래식 프로젝트로 원작자의 손을 거쳐 2024년 버전으로 명작 드라마의 '제2의 물결'을 노린다. 지상파 3사의 과거 콘텐츠를 대량 보유한 웨이브의 강점을 살렸다.

우선 짧은 길이로 핵심과 결론만 제시한 콘텐츠 경향성이 짙어지면서 기존 16부작 버전 드라마를 6~8부작으로 줄인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의 '2024년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영상 콘텐츠 시청 습관 조사 결과 빨리 감기 시청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0%,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해주는 유튜브를 본다는 응답은 절반을 기록했다.

단순 분량 축소뿐 아니라 시대적 감수성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메인스트림 서사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이미 작품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재해석의 신선함을 주고, 처음 작품을 접하는 시청자들은 구작의 매력을 알린다는 전략이다. 웨이브 측에 따르면, 두 작품에 참가했던 배우진들도 두 팔 벌려 환영할 만큼 반겼다는 전언이다.

최신 기술을 도입해 일반화질(SD)로 제공되던 콘텐츠도 4K로 업스케일링하면서 몰입도도 높인다. 음질 개선과 자막 제공 등 콘텐츠 전반에 녹아든 기술을 가미해 최신작처럼 즐길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화질뿐 아니라 음악도 OTT향 드라마에 맞게 새 버전으로 진화한다.

◇ NCT 도영이 부른 '눈의 꽃' 어떨까

'어느새 길어진 그림자를 따라서 땅거미 진 어둠 속을 그대와 걷고 있네요'.

가사 하나만으로도 드라마 내용을 떠올리게 하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도 새 옷을 입는다. 드라마 내용과 배우들도 사랑받았지만, 당시 OST는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는 클래지콰이의 'She is', 'Be My Love',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는 박효신이 부른 '눈의 꽃'이 드라마 전반의 감성을 좌지우지하고, 극중 캐릭터들의 매력을 어우러지게 했다. 눈의 꽃은 '미안하다, 사랑한다' 주인공의 메인 테마곡으로, 극중 무혁과 은채의 사랑을 애달프게 표현했다. 웨이브는 OST 명곡들을 리메이크한다. 'She is'는 이무진과 쏠(SOLE)의 듀엣으로, '눈의 꽃'은 NCT 도영의 스타일을 더한다.

웨이브는 두 작품을 필두로 2000년대 초반 작품을 추가로 4K 디지털 리마이스터링해 선명한 화질로 구작을 감상할 수 있도록 확대 제공할 계획이다. 책과 영화를 개정판으로 만나듯 잘 만든 드라마도 개정판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전략이다. 한정은 웨이브 마케팅그룹장은 "명작 영화, 책이 꾸준히 개정판으로 소비되는 것처럼 잘 만든 드라마 또한 현시대의 트렌드와 기술력을 반영해 재탄생 시키고자 했다"며 "원작을 본 시청자들에게는 비교하며 시청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아직 접해보지 못한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웰메이드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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