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조사 ‘부실’ 판정에 이어 부실 보완?…“공신력 있는 곳에서 재실시해야”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로부터 ‘부실’ 판정을 받은 경북 영양 AWP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이번에는 보완 조치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환경부는 새끼 산양이 발견된 14번 풍력발전기를 설치하지 않거나 다른 곳으로 위치를 변경하는 결론을 냈다. 다만 풍력발전기 배제와 위치이동을 사업자가 선택하도록 협의했다. 이에 사업자는 위치이동을 선택해 최근 보완조치계획서를 영양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혜경 의원실은 “주민들이 21곳 지점에서 산양을 촬영했음에도 14번 풍력발전기 1곳만 배제 또는 위치이동 결정을 내린 것 자체가 부실한 보완”이라며 “이마저도 사업자가 결정권을 갖도록 해 환경부가 사실상 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환경연구원은 거짓부실검토위에서 산양의 서식밀도가 높은 14번, 9번, 4번 발전기를 배제하거나 산양의 주 서식지에서 최대한 이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 의원실은 최소 10마리의 산양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산양정밀조사’도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 조사가 진행된 기간은 지난 3~4월인 데 반해 산양의 출산기(5~6월)와 번식기(10~11월)에 대한 조사는 없었다는 것이다. 정 의원실은 “사업예정지 내에서 산양의 서식공간 분석과 산양의 행동 및 이동 경로를 파악해 그에 따른 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된 정밀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또 주민들이 산양 촬영에 성공한 14개 지점에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고 산양서식밀도를 산정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주민들이 산양 촬영에 성공한 지점에 다시 카메라를 설치해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정확한 산양서식밀도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이다.
발전기로 인한 산양영향 저감방안으로는 공사시 소음 진동 최소화, 산양 먹이주기 등에 그쳤다. 무분별한 풍력 저지 영양·영덕 공동 대책위는 “먹이주기가 산양 영향 저감방안이라고 내놓은 것 자체가 부실한 결론”이라며 “산양정밀조사를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재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 의원은 지난 22일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멸종위기종인 산양 보호 대책을 위해 정밀조사를 하고 보완계획서도 더욱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김완섭 신임 환경부 장관은 “산양에 피해를 덜 주도록 낮은 곳으로 옮기는 등의 여러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환경부는 거짓부실검토위에서 사업자가 산양 촬영을 위한 카메라 설치 장소를 산양이 잘 다니지 않는 평탄한 지역을 선정한 점 등 부실하다고 판정된 이후 20대의 카메라 위치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 추가 보완을 통해 촬영된 산양의 이동로, 서식 공간 분석을 통한 저감방안을 제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7차례의 공동조사와 민간 산양 전문가, 전문기관 등이 참여해 검토한 뒤 결정된 내용”이라며 “추가 모니터링을 통해 산양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AWP영양풍력은 경북 영양읍 기산리, 무창리, 송하리 등 17만3356㎡ 면적에 4.2㎿ 용량의 풍력발전기 14기를 세우는 사업이다. 당시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에서 멸종위기 포유류인 산양, 붉은박쥐 등의 존재를 누락시킨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됐다.
사업자가 환경부에 제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는 산양 서식 사실이 없는데 주민들이 2021년부터 설치해둔 무인카메라에는 사업 예정지 21곳에서 산양이 잇따라 촬영됐다. 주민들은 사업자가 무인카메라를 산양이 없을 만한 평지나 구릉 등에 달았다고 주장하며 거짓·부실조사 논란이 제기됐다.
앞서 환경부는 2017년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서를 ‘부동의’ 처리했다. 그러나 2022년 새로 제출된 평가서에는 ‘협의’ 의견을 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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