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석! 순도 100%, 라이브 공연이 시작됩니다
“저 편의점에서 스펀지로 된 귀마개 하나만 사다 주실 수 있을까요?”
타이니데스크코리아(TDK) 시즌 2 녹화를 위한 리허설이 진행되던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사옥 1층. 가수 폴킴이 자못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스태프에게 부탁했다. “저 심각하게 (제 목소리가) 안 들려요. (웃음) 제가 크게 부르는 보컬이 아니어서요. 그래도 해야죠. 도파민아 올라라!”
타이니데스크코리아는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음악 프로그램 ‘타이니데스크’의 한국판이다. LG유플러스의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X+U가 지난해부터 타이니데스크의 라이선스를 확보해 만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8월 25일 김창완 밴드를 시작으로 같은 해 12월 22일 황소윤까지, 19명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한 시즌 1을 방송했다. 이후 약 반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 7월부터 시즌 2를 방송 중이다. 시즌 2의 초대가수 폴킴의 녹화 현장에 방문했다.
타이니데스크의 특별한 점은 무대가 ‘타이니한(작은)’ 책상이라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프로듀서 밥 보일렌의 책상이 공연장이었다. 한국판 타이니데스크는 LG유플러스 사옥 1층에 있는 공용 도서관 한 켠을 무대로 삼았다. 무대라고는 하지만 가로 17.03m, 세로 8.07m에 불과한 좁은 곳이다. 양 팔을 뻗으면 모두 손을 잡을 수 있을 만큼 작은 공간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밴드 세션들은 몸을 움직이다 소리가 나자 ‘이 소리 (녹화 때) 들릴까’라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타이니데스크는 100% 라이브로 진행된다. MR(목소리를 빼고 녹음한 음악), AR(사전에 라이브 버전으로 녹음한 목소리까지 포함된 음악)도 깔리지 않고, 현장에서 아티스트들이 직접 내는 목소리와 연주만으로 제작된다. 가수들은 음정, 박자를 체크하기 위해 무대에서 늘 끼는 ‘인이어’(삽입형 이어폰)조차 착용하지 않는다. 대신 이들 앞엔 성우들이 쓴다는 고급 마이크인 ‘샷건 마이크’가 놓인다. 미국 NPR에서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쓰는 장비들을 그대로 들여왔다.
‘라이브 콘서트’에서조차 당연한 듯 AR을 쓰는 요즘에는 쉽게 볼 수 없는 ‘진짜 라이브’ 무대인 셈이다. 많은 가수들이 타이니데스크에 출연하고 싶어하는 동시에 부담스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상진 스튜디오 X+U 콘텐츠IP사업담당(상무)은 “가수들이 처음 오면 많이 낯설어 하는 게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실제 타이니데스크 촬영을 하다 중도에 포기한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음악에만 집중하도록 하자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폴킴은 이날 단 6곡을 부르기 위해 1시간 20분 넘게 쉬지 않고 리허설을 했다. 녹화는 30여 명의 소규모 관객 앞에서 진행됐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며 스탠딩으로 공연을 관람했다. 폴킴은 “타이니데스크의 팬으로서 ‘왜 나한테는 섭외가 안 올까’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사실 촬영 진행을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몰랐는데, 인이어도 없고 개인 모니터링 화면도 없는 공연은 초창기 버스킹을 할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비’ ‘스트레인저’ ‘워나 러브 유’ ‘뉴 데이’ ‘스펠’ ‘모든 날, 모든 순간’ 를 불렀다. 걱정했던 것이 무색하게 폴킴 편 타이니데스크코리아의 녹화는 단 한 번의 촬영만으로 끝났다. 다른 가수들은 같은 세트 리스트로 보통 2번 정도 녹화를 뜬다고 한다.
NPR이 타이니데스크 라이선스를 다른 나라에 판매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시즌 2는 연내 총 10회 방영될 예정이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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