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로 덮인 낙동강 전역…환경부, 일부 보 실태 조사도 못 해
환경단체 “전역이 녹조로 뒤덮여…최악 녹조 우려”
계속된 폭염으로 낙동강의 주요 취수 지점에 녹조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지난주 환경부가 수질을 측정한 낙동강 모든 보가 물 1㎖당 유해 남조류 세포가 3500개를 웃도는 녹조로 뒤덮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수원인 낙동강에 녹조가 짙어지면 정수 처리 과정에 소독약품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어 주민들이 발암성 소독부산물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상류인 경북 상주에서 하류 부산까지 낙동강 전역이 녹조로 뒤덮인 것”이라며 “‘조류대발생’ 단계까지 갔던 2018년 상황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발생’은 유해 남조류 세포수가 물 1㎖당 100만개를 넘을 때 발령하는 경보다.
환경부가 13일 물환경정보시스템에 공개한 낙동강 본류 취수장 주변 조류경보제 대상 지점 네 곳의 측정값을 보면, 가장 위에 있는 해평 지점을 뺀 강정·고령, 칠서, 물금·매리 등 3개 지점에서 지난 5일 남조류 측정값이 모두 기준치를 넘어 ‘관심’ 단계 녹조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관심’ 단계는 녹조를 일으키는 유해 남조류 세포수를 매주 측정해 2주 연속 1㎖당 1000개를 넘으면 발령된다. 해평 지점의 경우 지난 5일 측정값은 2789개였으나 직전 주인 지난달 29일 측정 때 남조류 개체수가 946개에 그쳐 발령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5일 이후에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어 12일 채취한 시료 측정 결과가 나오면 이곳에도 경보가 발령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남조류는 유속이 느리고 인과 질소 같은 영양물질이 풍부한 환경에서 일사량이 많고 수온이 25도 이상 올라가면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평을 포함한 조류경보제 대상 지점 네 곳의 지난 5일 수온은 모두 30도를 넘어섰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에 건설된 8개 보 대표 지점(보 상류 500m)의 지난주 측정값을 보면, 가장 상류에 위치한 상주보에서는 물 1㎖당 1만1410개의 유해 남조류 세포가 관찰됐다. 지난달 29일 1317개였던 데서 일주일 만에 8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바로 아래 낙단보에서는 1만9445개가 관찰돼 일주일 전 4917개에 비해 4배 가량 많았다. 8개 보 가운데 가장 하류에 있는 창녕함안보에서도 유해 남조류 개체수는 같은 기간 2228개에서 737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환경부가 운영 중인 조류경보제는 주변에 상수도 취수장이 없는 보 구간은 ‘관찰지점’으로 설정해 녹조가 번성하더라도 경보를 내리지 않지만, ‘경보지점’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모두 ‘관심’ 단계가 발령돼야 하는 수준을 넘은 셈이다.
이처럼 낙동강에 녹조가 기승을 부리고 있으나 환경부는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칠곡보와 달성보, 합천창녕보 등 3개 보에 대해서는 녹조 실태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매주 낙동강의 녹조 실태를 측정하는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의 협조를 얻지 못해 달성보에서는 지난주부터 2주째, 합천창녕보와 칠곡보에서는 4주째 수질 측정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특히 달성보와 합천창녕보는 현장을 돌아본 환경단체가 현재 낙동강에서 녹조가 가장 심각하다고 지목한 곳이다.
낙동강물환경연구소 관계자는 “달성보 등 3개 지점은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배를 협조받아 시료를 채취하는데, 공사 쪽에서 방류로 배를 띄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 측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방류를 해도 보 상류 유속이 빠르지 않아 배를 못 띄울 정도는 아니고 방류 시간을 조절하거나 해서 측정할 수도 있는데, 기관끼리 서로 소통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안전 문제를 제기해 무리해서 측정하지 못하고 수공과 과학원이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곧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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