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도 생성형 AI 개인신용평가에 적용한다

규제특례 오픈 소스 활용 길 열려…대출리스크 관리·상품 개발 가능
올해 가명 정보로 활용…성과 나면 내년부터 개인신용평가에 활용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 따라 新 금융보안 체계 구축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 KB국민은행 통합 IT센터에서 금융협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 및 민간 보안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사가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활용해 개인신용평가 모델을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생성형 AI는 챗 GPT처럼 데이터를 분석해 목소리나 텍스트로 결과물을 전달해주는 시스템이다. 금융사 고객센터와 자산관리 상담, 대출 리스크 관리 등 마케팅과 내부 건전성 관리 등 활용도는 다양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위원회는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민간 보안 전문가들과 금융협회,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의 핵심은 망분리로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었던 금융사들에게 규제 특례를 열어주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금융회사가 개인신용정보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단계별 규제 샌드박스에 돌입한다. 올해는 1단계로 가명정보 활용한 샌드박스 운영 성과와 안정성을 확인하고, 이르면 내년부터 2단계 샌드박스로 실명 정보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개인 정보가 열린 시장에서 활용되는 만큼 2단계 샌드박스와 함께 추가 보안대책 등이 동시에 강구해야한다.

그간 망분리로 인해 금융회사 및 전자금융업자의 업무상 비효율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 신기술이 비교적 덜 활용되고 있고, 연구·개발도 어렵다는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IT 환경에 부합하는 보안 조치도 적절히 갖추지 않아 오히려 금융권 보안 발전이 저해되는 부작용도 있었다.

금융위는 오랜 기간동안 인터넷 등 외부통신과 분리된 환경을 전제로 구성돼 온 점을 고려해 급격한 규제 완화보다는 단계적 개선을 추진한다. 우선 IT 환경 변화로 인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과제는 샌드박스 등을 활용해 즉시 해소한다. 이후 별도의 보안대책 등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자율보안체계 확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큰 변화는 샌드박스를 통해 인터넷 활용 제한 등에 대한 규제 특례를 허용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문서관리, 인사관리 등 비중요 업무에 대해서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이용을 허용했다. 보안관리, 고객관리(CRM), 상담처리, 맞춤형 서비스 등 업무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이다. 모바일 단말기에서 SaaS 이용을 허용해 금융사 마케팅에도 경쟁력이 실릴 전망이다.

1단계 규제 샌드박스에서는 가명정보 활용을 허용하는 등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운영 성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경우, 이르면 내년부터는 2단계 샌드박스를 추진한다. 가명정보가 아닌 개인신용정보까지 직접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그간 막혀있던 각종 정보를 공유해 사용하고 공개할 수 있기 때문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각종 연구개발이 금융사 내에서 이뤄진다.

금융위는 2단계 샌드박스를 시행하면서 데이터 활용 범위 증가에 따른 추가 보안대책 등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다. '자율보안-결과책임 원칙' 따라 새로운 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금융위는 이번 규제 완화로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될 것으로 기대했다. 구체적으로 금융권의 업무 생산성이 향상되고, 빅데이터 분석 등 금융 데이터의 활용도가 증가한다. 연구·개발망의 활용도 제고에 따라 금융회사 등의 IT 개발이 활성화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예측 모델 고도화를 통해 다양한 특화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중금리 대출의 저변도 확대할 수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고도화를 통해 부정거래, 신종사기 시도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할 수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클라우드, 생성형 AI 등 급변하는 IT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망분리 개선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면서 "어렵게 규제를 개선하는 만큼 금융업권도 보안사고 없이 새로운 제도가 잘 안착할 수 있도록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