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알박기 외교, 잘 먹히는 곳은 한반도…한국, 희생양 안되려면 [매경포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우리 외교 아킬레스건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언제든 한국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러시아가 한동안 잊고 지냈거나, 동북아시아 문제를 중국에 맡긴 채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두 달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결과를 놓고 우리 측 항의와 민감한 반응 역시 결과적으로 ‘북한 매개로 한국 흔들기’의 유용함을 확인시켜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때 공격 대상이 됐던 몰도바 역시 친러 공화국(트란스니스트리아)을 두고 있다. 그곳에는 평화유지 명분으로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다. 몰도바 정부가 러시아 말을 듣지 않으면 이 군대를 동원해 정부 전복과 공화국을 독립시키겠다는 암묵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캅카스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영유권 분쟁을 벌인 나고르노카라바흐는 러시아 입김에 따라 실질적 주인이 바뀌는 곳이다. 국제법상 아제르바이잔의 역외 영토이지만 러시아는 자국에 맞서는 아제르바이잔을 겨냥해 아르메니아를 편 들며 그들의 자치공화국(아르차흐) 수립을 용인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제르바이잔은 대규모 공습으로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장악했고, 현지 아르메니아인들의 대거 피난으로 아르차흐는 해체됐다.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과 달리 러시아 주도의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이지만 군사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CSTO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사회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아제르바이잔을 통해 물자들을 우회 공급 받으면서 아르메니아를 버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자국계가 많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를 매개로 서방 편에 선 키이우 정부를 압박해왔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나 유럽연합(EU) 가입 얘기를 꺼낼 때마다 러시아는 동부와 크림공화국에서 반정부 활동을 부추겼다. 그래도 잘 안되자 2014년 크림반도에 쳐들어갔고, 지금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쟁 중이다.
러시아가 옛소련 곳곳에서 해온 ‘알박기 외교’ 행태가 외부로 유일하게 확산된 곳이 한반도라는 점은 불편한 일이다. 5000만명 넘는 인구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그런 재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다. 러시아와 북한을 이웃으로 둔 숙명이다. 하지만 체념만 하고 있어선 안된다.
러시아가 북한을 숙주 삼아 우리를 겁박할 개연성이 커진 만큼 우리도 외교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원칙 없이 이쪽저쪽을 오가면 러시아 ‘알박기 외교’의 희생양이 될 뿐이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뜨는 해리스 덕분에 우리도 뜨겁다”…활활 타오르는 ‘이 종목’ - 매일경제
- “나 사실 65살인데”…결혼 직전 여친 ‘충격고백’에 男 반응은 - 매일경제
- “이러다 10만원도 아슬아슬하겠네”…이달에만 벌써 30% 빠진 ‘이 회사’ - 매일경제
- “국민 남친 배우의 문란한 사생활”…‘강다니엘 비방’ 탈덕수용소, 선처 호소 - 매일경제
- “내 아들 가슴 B컵 됐다”…中엄마의 분노, 병원서 무슨일이 - 매일경제
- “오늘 사랑했던 사람 잃었다”…이재명 최측근 양문석, 정봉주에 ‘사죄’ 요구 - 매일경제
- 제주서만 팔던 스타벅스 ‘자망코’ 전국으로…출시 10일 만에 60만잔 판매 - 매일경제
- 오늘의 운세 2024년 8월 13일 火(음력 7월 10일) - 매일경제
- 이달 구치소 나올줄 알았는데…뺑소니 혐의 김호중, 구속기간 2개월 연장 - 매일경제
- “충분히 가능, 나도 당한 적 있어”…정규리그 역전 우승 포기하지 않은 염갈량 - MK스포츠